'고용기한 1년'...물건처럼 버려지는 요양보호사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2 19: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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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들] (1)요양보호사 70%는 계약직
기습적인 한파로 연일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2일부터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요양보호사 신씨(63). 그는 눈썹에 하얗게 얼음이 맺힐만큼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요양센터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신씨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요양센터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신씨의 사연은 이랬다.

신씨는 2018년 7월부터 5개월 계약직으로 이 요양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1월에 1년 재계약을 했다. 계약직이었던 신씨는 12월이 되어도 계약 만료와 관련해서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이번에도 재계약이 되나부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려면 계약이 만료되기 30일전에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씨는 계약 만료를 열흘 앞두고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비단 신씨만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이 요양센터에서 일하는 5명의 요양보호사 가운데 3명이 한순간에 실직자가 됐다. 원장은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요양보호사를 감원한다고 했지만 이후 이 센터는 2명의 요양보호사를 새로 뽑았다. 항의하는 신씨에게 원장은 "내가 곧 법"이라고 말했다.

▲ 신씨가 요양센터에서 근무 당시 돌봐드렸던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사실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신씨만이 아니다. 

신씨와 함께 일했던 A씨는 치매 어르신에게 발로 걷어차여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올 2월까지 병가로 쉬어야 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는 원장의 요청에 하는 수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일하다보니 도저히 버틸 수 없어 A씨는 원장에게 병가를 요청했다. 돌아오는 답은 "그럴 거면 계속 쉬어라"였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요양보호센터는 퇴직금 부담을 덜기 위해 1년 단위로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자에게 법적으로 반드시 지급해야 하고, 재직일수가 많을수록 지급해야 할 퇴직금이 많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도 장기요양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0명 중 7명은 계약직이다. 요양보호사의 계약직 비중이 무려 70%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는 간호조무사의 계약직 비중은 20%에 채 못미치고, 사회복지사와 물리치료사의 계약직 비중이 10%인 것과 대조적이다.

요양보호사는 신씨처럼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시설 요양보호사와 직접 방문해서 요양해드리는 재가 요양보호사로 나뉜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2019년 실시한 '긴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재가 요양보호사 498명 중 78.7%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업무중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업무중지를 당하고 한달 이내에 같은 일을 이어가는 경우는 40%도 안된다.    
 
계약 기간동안 수당이라도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다. 상당수의 요양보호사들은 '공짜 노동'을 강요받는다. 신씨의 경우, 처음 한두달간 어르신들의 수발을 드는 업무 외에 어르신들 승하차를 돕는 차량 동승자 업무도 맡았다. 이 때문에 매일 1시간씩 늦게 퇴근했지만 이에 따른 수당은 지급받지 못했다. 신씨가 초과근무 수당을 요구하자, 원장은 "그 정도는 봉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끊임없는 어르신의 호출에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없다. 보령요양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명선씨는 "24시간 연속근무를 하는 경우에 휴게시간으로 11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쉰 적이 없다"면서 "사실상 근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5월 발간된 '요양보호사 근로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4시간 연속근로하는 경우 근로계약서에 8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해놨지만 대부분 6시간 미만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2020년 실시한 '긴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560명 중 66%가 '휴식할 수 있는 독립된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2018년 시설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급여는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해 225만5000원이다. 하지만 2018년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된 약 1000개 요양시설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지급액은 수당을 모두 포함해 평균 약 163만원에 머물렀다.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연장 근로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실지급 급여가 더 낮았던 것이다.

▲ 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호출을 대비해 병실안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신씨는 자신의 복직보다 더 원하는 것은 '재발 방지'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자신을 포함한 많은 요양보호사가 '고용불안' '공짜노동' '과중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요양센터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도중 원장이 '주거침입죄'로 고소해 어르신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붙들려 끌려가기도 했다.

신 씨는 그간 겪었던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올해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시위를 언제까지 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1월 17일 유방암 수술이 끝나고 바로 다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앞으로도 요양보호사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어르신들이 한번씩 '고맙다'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고단함이 눈녹듯 한다고. "활동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하시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얼마나 반짝반짝하시는지."라며 "가족들조차 돌볼 수 없는 어르신들을 제가 도울 수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신씨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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