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에 몸살 앓는 본 방송가…"계약조건 강화해야"

김연수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2 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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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미투' 전방위 봇물…"마녀사냥은 경계".(사진=연합뉴스)

연예계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스타들이 출연한 콘텐츠들이 직격탄을 맞아 방송·제작사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출연자의 과실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출연자 측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등 계약 조건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배우 조병규에 대해 제기된 피해 주장 사례를 시작으로 김동희, 동하, 박혜수, 심은우, 이나은, 조한선, 지수, 최예빈, 홍현희, 김소혜, 몬스타엑스 기현, 스트레이키즈 현진, 세븐틴 민규, (여자)아이들 수진 등 수많은 연예인이 학폭 가해 의혹을 받았다.

이 중 지수 등은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지만 상당수는 의혹을 부인하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병규와 박혜수 등은 직접 소셜미디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에 접어든 상황이다.

짧게는 수년 전, 길게는 수십 년 전 일인데다 법적으로 증인이나 증거를 내세워 다투기 쉽지 않은 이슈라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후속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수가 하차한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경우 나인우를 지수 자리에 대체 투입하면서 재촬영에 들어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됐다. 아직 피해를 구체적으로 집계하기 어렵지만 주인공 자리인 만큼 피해 액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간에는 200억원대 소송설도 돌았으나 재촬영 자체가 급급한 상황이라 그런 부분까지 고려할 상황도 못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이 뜨는 강'보다도 문제가 심각한 건 박혜수 주연의 '디어엠' 같은 사전 제작 작품이다. 재촬영도 어려운 데다 판권이 판매된 부분에 대해서는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이나은이 하차한 SBS TV 드라마 '모범택시'와 조병규가 하차한 KBS 2TV 예능 '컴백홈' 등 여러 프로그램이 방송 및 편성에 차질을 빚었지만 제작사나 방송사가 손실을 보전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2일 "출연자 논란이 불거지면 콘텐츠에는 그야말로 직격탄이 된다. 사전에 모든 걸 검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보니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위축된다. 이미 20대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광고와 달리 드라마 등 콘텐츠는 손실을 보전하도록 하는 계약 조항이 없는 만큼 계약 조건 강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드라마 같은 경우 제작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며 "이제 제작진이든 매니지먼트사든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미리 리스크 관리를 하려고 할 것이고,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초반부터 (문제가 될) 사람들을 걸러내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방송사와 제작사가 계약 조건 강화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현실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긴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세림)는 "제작사나 방송사로서는 계약 과정에서 연예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학폭과 같이 사실 여부 판단과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감독 책임을 따지기 어려운 과거 사안은 현실적으로 책임 소재를 다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폭 논란의 경우 법정 다툼이 끝나면 현실적으로 무혐의가 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거꾸로 매니지먼트사들이 편성을 취소하거나 보류한 방송사에 대해 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광고와 달리 드라마 등 콘텐츠 시장의 경우 손해를 보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처럼 관련 보험을 가입하든지 등의 방법 등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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