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 '플라스틱' 범벅..."분리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30 17:29:48
  • -
  • +
  • 인쇄
최혜정 교수, 경각심 고취 위해 '우리집의 생애' 전시
▲최혜정 교수가 전시중인 '건축자재 산업지도' 

플라스틱이 포장 용기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곳은 어딜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ience Advance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까지 플라스틱 산업분포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포장용기'였고, 그 다음으로 '건축·건설' 산업이었다.

건축자재를 연구해온 최혜정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30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대부분 플라스틱을 단순 마감재 정도로 인식하는데 파이프, 벽지, 마룻바닥 등 플라스틱이 안쓰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건축자재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플라스틱 생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재료 자체에 대한 이해없이는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 '사이언스 어드밴스'의 2017년 7월 19일 자에 실린 플라스틱 산업분포도 (사진=Science Advances)

이에 최 교수는 국내 플라스틱 연구가 더딘 것이 짧은 역사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최근 현존하는 건축자재의 역사와 특성을 연구한 '건축 자재산업네트워크' 연구과제를 진행했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개발, 생산됐다. 이 과정에서 서구는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를 충분히 진행했지만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 시기에 플라스틱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그러다보니 국내 플라스틱 산업계는 '생산'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최 교수는 "이런 역사적 요인 때문에 플라스틱의 분리 및 재활용 체계는 다른 건축자재보다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콘크리트, 철, 유리, 나무 등의 건축재료는 20세기들어 운반·가공·실험·합성 등에서 크게 기술발전을 이뤘지만 플라스틱 건축자재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건축자재들과 달리, 플라스틱만이 가지는 특성도 분리 및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이다. 다른 건축 재료들이 자연에서 채취돼 가공을 거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화학물질인 플라스틱은 어떤 물질과도 잘 섞인다. 이 때문에 유리와 목재는 물론이고 콘크리트와 섞은 플라스틱류 건축자재들이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섞어버리면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순수한 강철은 녹여서 다시 재활용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은 섞이는 순간 따로 분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않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래미네이트나 코팅으로 제작 마감이 되는 부엌가구, 창호, 문 등이 있다. 

최 교수는 "플라스틱 생애에 대한 이해는 소비자들에게 환경을 위한 선택권을 넓힌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이 섞인 자재와 친환경 인증제도를 받은 건축자재 사이에서 고민할 때 플라스틱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환경에 더욱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도 건축자재 플라스틱에 관한 활발한 연구가 "탄소중립 관련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기후미술관:우리집의 생애'를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당면한 '기후위기'라는 큰 틀에서 생명체인 집에 대한 내용을 그래픽과 영상 자료를 활용해 다채롭게 담아냈다.

집은 크게 '비극의 오이코스' '집의 체계: 짓는 집-부수는 집' 'B-플렉스' 등 3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에서 작가, 활동가, 과학자, 건축가가 바다 사막화,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자원 착취, 폐기물 식민주의, 부동산 논리의 환경 폐해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는 오는 8월8일까지 열린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회는 오는 8월 8일까지 열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기후/환경

+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이미 25% 증발...유네스코유산 '허드섬 빙하' 사라질 위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허드섬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이미 25%가 녹아내렸다.4일(현지시간) 호주 모나시대학의 남극환경미래확보(SAEF) 연구

주거지·학교 인근서 유해가스 '뿜뿜'...불법배출 업체 10곳 적발

주거지와 학교 인근에서 유해가스를 불법 배출한 업체들이 적발됐다.경기도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8일까지 도장·인쇄업체 210개를 대상으로 유

올 7월 한반도 평균기온 27.1℃...'역대 두번째로 더웠다'

우리나라의 올 7월은 2018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더웠다.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7.1℃로 나타났다. '20세기 최악의 더위'가 나타난

[날씨] '폭염과 폭우' 급변하는 날씨...6일 120㎜ 폭우 예보

5일 낮기온이 36℃까지 치솟는 폭염이었다가 수요일인 6일은 최대 120㎜의 폭우가 퍼붓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이겠다.고온다습한 남풍의 유입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