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를 죽이고 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9 19:14:35
  • -
  • +
  • 인쇄
지중해 북부해양에서만 한해 2만톤 바다로 유입
하와이와 태국, 해변에서 자외선 차단제 사용금지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옥시벤존 등의 화학물질이 산호초의 부영양화와 표백현상을 일으키면서 최근 산호초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북반구 최대의 산호초 보호구역인 '벨리즈 배리어' 산호초는 현재 약 17%만 남아있고, 플로리다 키즈 국립해양보호구역의 산호초는 불과 2%밖에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 마르쉐폴리텍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친지아 코리날데시 부교수는 지중해 북부 해양에만 매년 2만톤의 자외선 차단제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6000톤~1만4000톤이 산호초 지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같은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돼 있는 화학물질은 소량이라도 산호를 비롯한 해양생물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비영리단체 해레티커스 환경연구소의 책임자 크레이그 다운스는 "옥시벤존은 1조분의 62의 양만으로도 해양생물에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이는 올림픽 수영장 6개반 정도의 크기에 한방울 떨어뜨린 것과 같은 수준이다.

해양학자들은 자외선 차단제 제품들이 해양 유기체의 배아와 유충에 이상을 일으키고, 옥시벤존이 산호 유충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비단 산호초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갑각류, 연체동물, 물고기 그리고 생태계 엔지니어로서 해양 서식지 조성에 필수적인 성게 등에도 유해하다.

이에 하와이는 올 1월부터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질이 들어간 제품사용을 금지시켰고, 태국도 최근에 해양국립공원에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비단 옥시벤존만 해양생물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해양보존협회(MCS) 프란체스카 베반 박사에 따르면, 분해가 안되기 때문에 유럽연합(EU)은 사용을 금지한 'PFAS'(퍼플루오르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성분도 자외선 차단제와 일부 화장품에서 여전히 검출되고 있다. 이 화학물질은 바다로 씻겨 들어갈 뿐만 아니라 집에서 샤워할 때 수로로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PFAS 화학물질은 북극 바다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빨리 퍼진다는 것.

이처럼 자외선 차단제와 화장품이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산호초에 안전하다'며 미네랄 자외선 차단제를 대안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연구에 따르면 산화아연과 나노입자같은 성분이 포함된 미네랄 필터 역시 산호 표백을 유발하고 해양생물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코리날데시 교수는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옥토크릴렌을 포함한 여러 성분이 함유된 제품, 나노 크기의 산화아연이 포함된 미네랄 제품을 피하고, 독자적으로 테스트를 거친 브랜드를 찾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베반 박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말고 가급적 옷으로 자외선을 차단할 것을 제안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