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버려지는 옷들 '어디로 갈까'

나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7 17: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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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의류폐기물 [1]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결국 쓰레기 양산


직장인 A씨는 옷이 빼곡한 옷장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고, 한두번 입고만 옷도 있다. "내가 이 옷을 왜 샀을까?"하는 후회스러움이 밀려오고, 입지 않고 수년째 방치된 옷들을 버리자니 못내 찜찜해서다. A씨는 안입는 옷을 정리해 동네어귀에 있는 옷수거함에 쑤셔넣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옷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A씨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실제로 버려지는 옷들로 인한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생활폐기물로 배출되는 폐의류와 원단류의 양은 6만7514톤에 달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의류만 그렇다. 일반가정에서 버리는 의류폐기물까지 합치면 폐기되는 의류의 양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는 의류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톤의 의류폐기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단 12%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의 의류가 합성섬유로 제작되는 탓이다. 합성섬유는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이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사용되는 섬유 가운데 합성섬유 비중이 69%에 달한다"며 "의류폐기물의 70% 이상이 합성섬유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합성섬유로 이뤄진 의류들은 원재료를 분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매년 의류를 매립·소각하면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100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매립·소각되는 의류폐기물들

2000년 이후 세계 의류생산량은 2배가 늘었다. 사람들은 15년전보다 옷을 60% 더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H&M, 자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생기면서 옷의 수명주기가 더 짧아지고 있는 탓이다. 패스트패션은 서너번 입고 유행이 지나면 버려도 부담없는 가격이어서 옷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옷장에서 퇴출당한 옷들은 의류수거함이나 종량제봉투에 담겨 쓰레기로 배출된다.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수거업자를 통해 재판매되거나 제3국으로 수출되지만 상당량은 다시 쓰레기로 버려진다. 찢어지거나 오물이 묻어있으면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된 직물의 85%가 버려지고 있다. 1초에 트럭 1대분의 의류폐기물이 태워지거나 매립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가정이나 수거업체를 통해 버려지는 의류폐기물의 양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수거업자를 통해 재활용되는 비율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의류폐기물 통계는 재활용 업체가 처리하는 폐기물 양만 집계되는 것"이라며 "수거한 의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거된 의류폐기물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과 해외수출되는 비율을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쓰레기로 버려진 의류폐기물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매립지에 묻힌 옷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또 옷을 소각처리하면 대부분 합성섬유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직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매년 12억톤에 이르는데,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합치면 의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0%에 이른다고 한다.

패션업체들은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내고, 팔다 남은 재고의류들을 그대로 소각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멀쩡한 옷들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친환경 의류업체인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팀장은 이같은 패션업계 재고처리 방식에 대해 "패션기업들은 아울렛 등에서 재고를 팔다가 남은 의류들을 대부분 소각한다"며 "입다가 버리는 옷들의 대부분은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해외로 수출되는 헌옷들...결국 쓰레기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케이포네(Kpone) 매립장이 있다. 이곳은 북미와 유럽, 영국, 호주에서 매주 1500만개의 자루가 쏟아져들어오는 아크라의 칸타만토(Kantamanto) 재고의류 시장에서 발생하는 의류폐기물을 매립하는 용도로 세계은행에서 95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3년 설립됐다.

2028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 이 매립장에 버려지는 의류폐기물은 하루 70톤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운영한지 8년여만에 케이포네 매립장에 쌓인 의류폐기물의 높이는 20m 높이의 언덕을 이루고 있다. 얼마전 산처럼 쌓인 옷무더기 언덕에서 소들이 풀 대신 옷을 뜯어먹는 장면이 폭로되면서 모두가 경악하기도 했다. 이 매립장에서는 크고 작은 불들이 늘상 발생하는데 한때는 11개월동안 화재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버려진 옷들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방송의 한 장면에서 소들이 케이포네 매립장에 버려진 의류폐기물들을 뜯어먹고 있다.


아크라가 이처럼 의류폐기물에 몸살을 앓게 된 이유는 패션업계가 지나치게 많은 옷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는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자선단체 등에 옷을 기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매년 31만톤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류를 기부받은 자선단체들은 재판매 등을 통해 현금화하지만 상품가치가 없는 옷들은 수출업자들에게 1kg당 50센트에 팔아버린다. 문제는 기부 의류 가운데 3분의 1이 이렇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수출업자들은 싸게 구입한 의류를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데,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도 이런 방식으로 수출된 재고의류들의 집하장이 돼 버렸다. 칸타만토에 쏟아지는 재고의류가 워낙 많다보니 도시 곳곳은 의류쓰레기들이 널려있다. 심지어 이 의류쓰레기들은 하수구를 막거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의류폐기물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지하수까지 오염시켜 주민들이 식수난까지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옷 수출량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을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수거된 헌옷 가운데 상품가치가 있는 옷들은 재판매하고 나머지들은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옷을 필요이상 많이 사고, 몇번 입고 버리는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의류폐기물량이 대량으로 발생한 탓이다. 현재 수출량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헌옷 수출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운동가들은 "의류폐기물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책일 뿐"이라며 "결국 해외로 간 의류폐기물들은 지구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의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대다수의 패션업체들은 환경에 유해한 제품을 친환경 제품인양 눈속임해서 판매하는 '그린워싱'에 몰두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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