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만들려면 해저채굴 필요하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09-30 08:01:03
  • -
  • +
  • 인쇄
배터리 수요급증에 바닷속 노리는 광산업자
배터리 재활용, 대체금속 배터리 개발 시급
▲피지 출신 운동가들이 해저 채굴선 배인 머스크 런처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마틴 반 디즐/그린피스)


광산업자들이 바닷속 수천미터에 매장돼 있는 니켈, 구리, 망간, 코발트 등에 대한 채굴에 나서려고 하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광산업자들은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풍력, 전자기기 등에 필요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육지채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심해광물을 채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자들과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심해채굴을 반대하고 있다.

굿우드 퓨처랩(Goodwood's Future Lab)의 연구원이자 심해연구재단 넥톤(Nekton)의 설립자겸 최고경영자 올리버 스티즈는 "바다를 파괴하기 전에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바다에는 220만종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생물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대체로 자율수중차량이나 로봇을 이용해 심해를 채굴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자 베니오프해양 이니셔티브(Benioff Ocean Initiative)의 책임자 더글러스 맥컬리는 "광산업자들이 마치 재생에너지 때문에 심해채굴을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자동차 기업들도 심해채굴에 반대하고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에 가입한 BMW와 볼보는 심해채굴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심해채굴한 금속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BMW의 지속가능 공급망관리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베커는 "심해채굴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심해채굴 금지를 촉구했다. 세계 2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Build Your Dreams)는 올해 더 이상 배터리에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육지의 금속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의 케빈 브리젠 선임과학자는 "이 문제는 배터리를 재활용하거나 희귀한 광물대신 널리 사용되는 금속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체금속을 사용하거나 희귀광물을 작게 사용하도록 배터리를 설계할 수도 있다. 

배터리의 재활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전세계에서 발생한 전자폐기물은 53만6000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재활용된 폐기물은 9만3000톤에 불과했다. 재활용 비중이 17.4%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레스터대학의 앤디 애봇 물리화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매우 작은 셀을 모듈에 넣고, 그 모듈을 팩에 넣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는 보유한 셀이 4600개에 달한다.

접착력과 독성이 강한 접착제로 고정된 셀을 분리해 그속에 있는 광물자원을 추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용도 문제다. 애봇 교수는 "일부 연구원들이 접착제 없는 셀을 설계해 배터리를 수월하게 분해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10~15년 사이에 발전하겠지만 상용화되기까지 20~30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테슬라에 이어 포드는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손잡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재활용에 나섰다. 레드우드는 폐배터리 팩에 들어있는 리튬, 니켈, 구리같은 원자재를 분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13조원을 들여 미국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 배터리 공장에서 레드우드에서 공급받은 원자재로 배터리를 만들 예정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친환경 포장재 71% 전환

셀트리온은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2025'를 27일 발간했다.셀트리온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

넷마블, CSRD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넷마블이 재생에너지 도입,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 정보보안 등 ESG 경영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넷마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과 지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기후/환경

+

덴마크가 의장국 되는 EU...'그린딜' 후퇴 제동 걸리나?

덴마크가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에 오르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농업 분야까지 확대시키려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환경규제

경기도, 전국 최초 '기후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경기도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경기도는 기후격차 등

[주말날씨] 대부분 지역에 '비'...'후텁지근' 체감온도 30℃ 이상

이번 주말에는 장맛비가 전국적으로 오라가락한다. 남부 내륙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덮치겠다.토요일인 28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