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윤석열, 과연 무심코 '손바닥 王' 펼쳤을까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10-08 12: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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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변명에도 '王'자를 손바닥에 쓴 의도는 분명
우스꽝스러운 정치현상, 우리 사회 이중성 드러내
▲국민의 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에 쓰인 '王'자

정치권에 느닷없이 주술 논쟁이 한창이다. 윤석렬 후보자의 손바닥에 새겨진 '王'자가 그 발단이 되었다. '주술' 혹은 '무속'이라는 이슈는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주제인데다가 후보자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래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의원 등 야당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윤석렬 후보를 향해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몇몇 역술인들의 이름과 승려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정법(正法) 강의라는 유튜브 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무속 및 역술 써클이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무속 신앙이나 주술적 행위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자 사적영역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 하나가 왜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까? 그것은 무속에 연루되거나 무속적 신앙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국가를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무속을 의존한다면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힘이 결정적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렬 후보자의 손바닥에 새긴 글자를 주술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王'이란 글자가 곧바로 대권(大權)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전혀없는 글자다. 누가 그 글자를 썼든 그 글자가 의미하는 바는 손아귀로 왕권을 걸머쥐고 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믿음과 그런 기대를 담은 것이 그 손바닥 글자이다. 즉 마법의 주문이다.

지지자가 손바닥에 써줬던 무속인이 그 글자를 항시 쓰고다니고 노출시키라고 말했든 여튼 이는 주술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윤 후보자의 무속 친화적 성향과 관계망에 대한 정보를 쥐고있는 듯이 구체적인 실명을 언급하며 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개 석상에서 손바닥을 펼치는 행위는 무심코 행한 행위가 아니라 의도적인 동작으로 해석되기초자 한다. 결국 윤석렬 후보자는 궁색한 해명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고, 그 해명조차 석연치 않아 궁금점이 증폭되고 있다.

인류의 오랜역사 속에서 수만 년 이상 주술사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해왔다. 인간이 연약하기 때문이고, 자연현상과 재앙과 불운 앞에서 처참하게 무기력했기 때문에 주술적 해석이 주류를 형성했다. 재앙을 막기 위한 주술과 복과 행운을 거머쥐기 위한 주술 그리고 적대 세력에게 가해하기 위한 저주 주술 등 그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사주팔자, 역술·점성술, 굿, 퇴마 의식, 카발라 점, 숫자 점, 타로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도 아니다.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은 저마다 찾아가서 상담하는 용한 역술인이 있다고 한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면 서로 경쟁 하듯 역술인들을 찾아가 당선 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재벌들은 본사 사옥 건축지와 무덤을 선택할 때 지관이나 점쟁이를 찾아간다. 이는 정재계만의 현상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무속인들을 찾아 길흉화복을 묻는다. 작은 사업체나 식당을 시작할 때, 이사를 하거나 배우자를 정하거나 취업이나 인생행로를 정할 때 역술인을 찾는 사람이 많다. 상당수의 정치인, 권력자들, 재벌과 부자들, 상당수 서민들까지. 무속인이나 역술인의 말 한마디에 매여사는 이들이 허다하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과학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신화적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손바닥 글자가 기적을 가져다주리라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속 행위나 주술적 의식이나 종교적 상징은 이를 의존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심리적 힘과 안정감을 안겨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 욕망이 이루어질 경우, 그 주술이 마치 마법과 같은 기적을 가져온 신통한 힘에 의한 것이라는 믿음이 강화돼 버린다. 즉 자신의 욕망이 이뤄질 경우 보다 주술을 의존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개인이 사적인 문제로 역술이나 주술을 의존하는 것은 그 해악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국가나 공적 기관의 수장이 이를 의존하게 되는 경우, 국가와 기관이 주술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공적 영역에서 주술적 행위를 하거나 그런 단서를 노출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아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윤석렬 후보자의 오류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손바닥 글자를 무심코 노출시켰든 의식적으로 펼쳐보였든 이를 공연성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무속과 역술이 팽배한 정치권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더욱 코믹한 것은 무속과 역술에 의존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샤먼의존적 심성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공적인 의식세계는 언제나 합리주의를 자처한다. 하지만 사적이고 비공개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비합리주의의 주술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주술 논쟁이 점화되는 우스꽝스러운 정치 현상, 이는 우리 사회의 겉과 속이 다른 의식의 이중성과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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