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한글'...BTS·기생충·오징어게임 덕분에 '1인치 장벽' 넘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9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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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덕분에 '한글배우자' 열풍...세종학당 '바글바글'
'기생충' '오징어게임'...한류덕분에 한글 전세계 노출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글'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83개국에서 1위를 싹쓸이한 '오징어게임' 덕분에 한국이 전통놀이는 물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늘어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더빙과 자막 때문이다. 마블영화 '토르' 시리즈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로 더빙된 오징어게임을 보지말라"고 조언했다. 현재 오징어게임은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더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더빙이 된 상태에서 시청하면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나지 않는다고 와이티티 감독은 말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어 원어와 영어자막으로 시청해야 몰입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진 영미권 시청자들이 오징어게임에 대해 영어자막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것은 한국의 대중문화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자막을 빗대 '1인치의 장벽'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오징어게임은 영어자막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미 메이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사는 훌륭한데 번역이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극중 인물인 한미녀가 "꺼져"라고 하는 대사는 "저리 가"(Go away) 정도로 번역됐고 '오빠'는 '올드맨'으로 번역돼 한국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이외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라고 번역해 극중 긴장감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글들이 소셜서비스(SNS)에 줄줄이 올라오면서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대사에 담긴 한글의 의미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는 한글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외국인들의 한글배우기 열풍은 '오징어게임'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어로 된 BTS 노래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BTS 팬들은 가사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너도나도 한글배우기에 나섰다. BTS 때문에 한글을 배웠다는 팬들이 1만7000명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기생충'까지 오스카 4관상을 차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한글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2007년 3개국 13개소에 불과했던 '세종학당'이 지난해 76개국 213개로 늘어난 것도 한글교육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세종학당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7만명이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고, 3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국내 유학과 취업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했다. 전세계 한류동호회는 1799곳이 있으며, 9900만여명의 한류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다.

▲멤피스 데파이의 6일자 인스타그램(좌)과 토마스 맥도넬의 2017년 트윗글

해외 유명스타들의 한글사랑도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미국 배우 토마스 맥도넬은 자신의 트위터에 뜻모를 한글을 마구 복사해서 올리면서 국내에서 '한국어 수집가'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인들의 뜻밖의 관심에 재미를 붙였는지 맥도넬은 이후에 아예 한글을 배워서 한국어로 글을 꾸준히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FC 바르셀로나의 축구선수 멤피스 데파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오징어게임'이라고 올리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문화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문화가 전세계인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오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한국문화와 관계된 단어를 26개나 추가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대박'(daebak)을 비롯해 '누나'(noona), '오빠'(oppa), '언니'(unni)와 같은 호칭단어에 대한 설명이 추가됐다.

또 한국식 영어표현인 '스킨십'(skinship), '파이팅'(fighting)도 각각 'skin과 -kinship의 합성어', 'fight를 기원으로 하며,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각각 설명했다. 이외에도 '동치미'(dongchimi), '갈비'(galbi), '한복'(hanbok) 등이 새로 실렸다. OED는 K-드라마'(K-drama), '한류'(hallyu), '먹방'(mukbang), '만화'(manhwa) 등 한국 대중문화와 관련된 단어도 어원과 함께 설명했다.

올해로 세종대왕이 반포하신지 575돌을 맞은 '한글'은 이제 우리나라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 BTS가 UN에서 가진 세번째 연설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했다는 사실은 우리 언어의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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