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최다 배출 5개국...전세계 입힌 손실액 6조달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3 14:41:06
  • -
  • +
  • 인쇄
美다트머스대 연구결과, 손실액 전세계 GDP 11%
기후위기로 부유국은 이득, 빈곤국들은 소득손실


중국과 미국 등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5개국이 전세계 경제에 미친 손실액은 6조달러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1990년 이후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5개국은 연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하는 6조달러의 손실을 일으켰다. 현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은 중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이다.

특히 미국은 1990년 이후 마구 내뿜은 막대한 온실가스로 인해 저소득 국가들이 폭염과 작물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입은 소득손실액이 1조9000억달러에 달했다.

연구진이 1990년~2014년까지 개별 국가가 기후위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북미와 유럽 등 북위도의 부유국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에 반해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크게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러시아같은 나라들은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오히려 농업 재배기간이 길어지고 추위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하는 등 이익을 얻었다.

반면 열대나 저지대 태평양 섬나라 등의 빈곤국들은 기후변화에 끼친 영향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가 생물다양성 손실을 비롯해 문화적 피해, 재난사망자 등 GDP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공동저자 저스틴 맨킨(Justin Mankin) 다트머스대학 지리학자는 "이는 엄청난 불평등"이라며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지구 남쪽 저소득 국가들에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혔고, 북쪽 고소득 국가들에는 불균형적으로 혜택을 얻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개발도상국과 기후활동가들은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체 배출량의 약 4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은 화석연료에 따른 피해에 법적책임을 질 것이라는 우려를 들어 기금 설립에 반대해왔다.

이에 올해말 이집트에서 열릴 유엔기후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최근 40여개국의 청년활동가연합은 기후회담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손실 및 피해 문제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서한은 현재 전세계 36억명 인구가 기후재해에 매우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UN의 추정을 인용해 "기후위기는 세계 남부 저소득 국가에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배출을 줄이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너무 오랫동안 불충분했다"며 "손실 및 피해는 이제 기후변화의 일부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무산되었다. 고소득 국가들은 취약한 국가에 1000억달러의 기후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이 손해를 배상할 법적수단 또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복잡한 상황이다.

마이클 제라드(Michael Gerrard) 미국 컬럼비아법학대학원 사빈기후변화법센터(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 소장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기후피해를 청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법적 근거"라며 "각국은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소송에 대해 주권 면책특권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캐럴 머펫(Carroll Muffett)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소장은 이번 연구를 두고 "국가 행위자의 피해를 계량화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후피해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누군가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기후상황에 대한 미국의 방해 행위 기록이 늘면서 당사국들은 영원히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Climatic Change) 학술지에 발표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