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빠른 '고분자 시뮬레이션' 개발…신소재 개발 속도 높인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9 13:27:25
  • -
  • +
  • 인쇄
UNIST 연구팀, 통계물리에 AI 더해 속도·정확도↑
▲김재업 UNIST 물리학과 교수(왼쪽)와 제1저자 용대성 박사(오른쪽)


국내 연구진이 옷감이나 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고분자'(polymer) 소재의 적합성을 판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4배 이상 빠르게 앞당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신소재 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김재업 교수팀은 1주일정도 소요되던 고분자 계산을 하루만에 끝낼 수 있는 'AI 고분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도 공개돼 고분자 시뮬레이션 발전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고분자 소재는 의류나 플라스틱 제품 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새로운 고분자 소재를 합성했을 때 개발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물성을 알아낸다. 다만 다량의 시료와 여러 번의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분자의 복잡한 사슬구조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랑주뱅 장이론 시뮬레이션'(Langevin Field Theoretic Simulation·L-FTS)이 개발됐지만, 이마저도 계산량이 너무 많아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써도 시뮬레이션 한번에 며칠씩 소요됐다.

김재업 교수팀은 AI기술로 알려진 딥러닝(Deep Learning) 기계학습을 활용해 L-FTS의 단점을 극복했다. L-FTS를 수행하려면 고분자가 힘을 받아도 부피가 줄지 않는 '비압축성' 지점을 찾는 작업을 수십만번 이상 수행해야 한다. 또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해당 예측 작업을 50회가량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김재업 교수팀의 이번 'AI 고분자 시뮬레이션 기술'로 50회씩 반복하던 예측 작업을 2~4회로 줄일 수 있어 기존보다 6배 이상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인공신경망 훈련을 위한 데이터 준비와 훈련에 드는 시간을 포함해도 기존 대비 최소 4배 이상 속도가 향상됐다.

▲L-FTS에 딥러닝을 도입해 예측한 결과와 기존 예측 결과 비교


제1저자인 용대성 고등과학원(KIAS)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작은 고분자계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수행됐던 '장이론 시뮬레이션'을 대면적 박막이나 복잡한 형상이 예상되는 고분자에도 사용할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히 '기계학습 기반의 시뮬레이션 방법의 한계로 지적됐던 낮은 정확도를 극복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최근 수치적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한 AI 분야의 기계학습을 이용한 해법이 많이 제안됐지만, 대부분 정확도가 낮고 AI 훈련에 많은 시간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김재업 교수는 "이번 기술은 심층인공신경망이 예측한 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예측치와 정답의 차이를 다시 계산해 새로운 입력값을 부여해 더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며 "이 덕분에 몇번의 예측으로 원하는 수치적 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존의 편미분 방정식이나 밀도 범함수 이론(DFT)의 해를 얻는 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에 이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어 여러 분야로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햇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BRL),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고분자 연구 권위지인 '매크로몰레큘스'(Macromolecules)에 출판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쿠팡 박대준 대표 전격 사임…美 본사가 사태수습 나선다

최근 발생한 쿠팡 회원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전격 사임했다.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폐이불과 유색페트까지 원료화...SK케미칼, 中에 재생공장 짓는다

SK케미칼이 합성섬유 소재의 폐이불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유로 자원화하는 합작법인을 중국에 설립한다. 국내 화

KT 차기 대표 선정 9부 능선...'박윤영·주형철·홍원표'로 압축

KT 차기 사장 후보가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3명으로 좁혀졌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

하나금융,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차량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전기차량을 이동차량으로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이번 차량 지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장애인

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최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LS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Underwriters Laboratories Solution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기후/환경

+

베란다 태양광 설치하면 1만원...내년부터 달라지는 '탄소중립포인트'

내년부터 집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1만원 상당의 탄소중립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예산소진없이 탄소중립

EU 수개월 협상끝에 매듭...'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확정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최종 합의했다.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수

홍수의 41%가 亞 발생..."물관리에 2040년까지 4조달러 투자해야"

홍수와 폭염 등 기후재난으로 아시아 지역은 물 위생과 전력시스템이 크게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대응할 재원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시아

해상풍력 2030년 10.5GW 확충...사업기간 6.5년으로 줄인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10.5기가와트(GW) 확충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육상풍력을 2030년까지 6GW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전

[내일날씨] 이번엔 출근길 눈·비...도로 살얼음 '조심'

목요일인 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 또는 비가 내리겠다.10일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경기 동부와 강원도,

자연을 갉아먹는 인류..."매시간 50억달러씩 환경훼손"

국제연합(UN)이 전세계가 환경훼손으로 매시간마다 50억달러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환경계획(UNEP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