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갉아먹는 해충들...기후변화로 서식지 넓히며 '기승'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07 17: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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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겨울에 죽던 유충들, 토양온도 올라가자
생존력 높아져 서식범위 북위 40도까지 확장


지구온난화로 토양이 따뜻해지면서 곡식을 좀먹는 해충의 서식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은 기후변화로 겨울 토양온도가 오르면서 토양에 서식하는 해충들의 생존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큰담배밤나방유충(Helicoverpa zea)이 미국 북부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큰담배밤나방유충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농업해충으로, 옥수수와 목화, 콩 및 기타 채소와 같은 작물을 황폐화시킨다. 이 해충은 추위에 약해 겨울에 토양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북위도 지역에선 생존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토양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유충 서식범위가 북위 40도 이상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지난 40년간의 토양온도 및 큰담배밤나방유충 관찰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미국 남부 서식범위가 1981년 이후 3% 확대됐고, 금세기 말까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나방의 월동범위가 오하이오, 인디애나, 일리노이, 미주리, 아이오와주 옥수수지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세기 말에 이르면 미네소타주까지 서식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더욱이 큰담배밤나방은 계절풍을 타고 최대 1000km까지 날아갈 수 있어 조건이 맞으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연구 공동저자 앤더스 허세스(Anders Huseth)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곤충학자는 "기후가 변화하면서 해충의 월동지대가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거염벌레, 그린클로버웜, 콩루퍼, 벨벳콩애벌레 등 다른 해충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북부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충의 확산은 농약 사용을 증가시키고 수확량을 감소시켜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의 공동저자 더글러스 로튼(Douglas Lawton)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박사는 "옥수수 생산지를 북쪽으로 이동시키지 않으면 큰담배밤나방유충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재배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미국 워싱턴대학의 연구는 지구기온이 2도 오를 경우 전세계 밀 50%, 옥수수 30%가 병충해에 파괴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폭염과 가뭄은 이미 농작물에 영향을 미쳐 올해 유럽의 주요작물 수확량이 감소했다.

보고서는 토양온도 모니터링이 해충의 확산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허세스 박사는 "해충의 확산추이를 예측하면 농가비용 및 농약사용을 모두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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