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선구자냐 위선자냐…사면초가 몰린 래리 핑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8 08:50:02
  • -
  • +
  • 인쇄
행동주의 헤지펀드 "블랙록 CEO 물러나라"
불투명한 투자로 'ESG 반대운동' 빌미 제공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블랙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선구자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위선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사 블루벨캐피털파트너스(Bluebell Capital Partners)는 지난 11월 래리 핑크 회장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을 공개했다. 서한은 "블랙록의 모순적인 행동과 명백한 위선은 ESG담론을 정치화했다"며 핑크 회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블랙록이 지금껏 주장했던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석탄 투자 등에 대한 입장을 상황에 따라 바꾸면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블루벨은 시가총액이 1067억달러(약 141조원)에 달하는 블랙록의 지분 0.01%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벨은 특히 블랙록의 발전용 석탄에 대한 투자방향이 선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글로벌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는 주주들의 친환경 전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글렌코어는 석탄회사가 아닌 탈탄소 전환 기업"이라며 끝까지 석탄을 고집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광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글렌코어에 호재로 작용했다.

블랙록은 글렌코어 투자를 철회하지 않았고, 글렌코어와 함께 단기적인 특수를 누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 왜곡된 시그널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투자자 연례 서한을 통해 "ESG 투자는 장기적 수익에도 부합한다"며 친환경 전환의 필요성을 설파해 온 핑크 회장의 행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밖에도 블루벨은 벨기에의 거대 화학업체 솔베이가 이탈리아 로시냐노 공장에서 바다로 방출하는 산업폐기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블랙록이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다룰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ESG 회의론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면서 ESG와 블랙록 투자자 전반에게 부메랑처럼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는 게 블루벨의 지적이다. 블루벨은 서한에서 "이처럼 평판이 실추되면서 ESG 자체가 정치적인 논란거리로 끌려들어갔고, 자산운용사로서의 독립성이 훼손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 ESG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 재무부 지미 패트로니스 장관은 지난 2일 블랙록이 관리하는 20억달러 상당의 투자자산을 즉각 동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유타, 텍사스, 아칸소 등이 블랙록으로부터 투자를 회수했다. 패트로니스 장관은 성명을 통해 "래리나 그의 월스트리트 친구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비영리단체를 만들거나 기부를 해라"고 밝혔다.

미 공화당 대권잠룡으로 주목받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8월 ESG 투자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처럼 반대로 정부기관이 나서서 스테이트스트리트,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ESG 투자보이콧이 확대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투자기업들의 연례주주총회에서 블랙록이 찬성표를 던진 환경 및 사회 이슈 관련 주주제안은 24%에 불과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찬성률이 43%에 달했던 것에 비춰보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ESG 지지자 측 진영에서도 공격을 받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한편 블랙록 대변인은 "지난 18개월간 블루벨은 자신들의 기후 및 거버넌스 의제를 홍보하기 위해 다수의 캠페인을 벌여왔다"며 "블랙록 투자 스튜어드십은 블루벨의 캠페인이 투자자 고객들의 경제적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