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말로만 탈석탄'...석탄발전 투자로 건강피해액 1.4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0 16:45:57
  • -
  • +
  • 인쇄
폐질환, 뇌졸중 유발...2년간 조기사망자 1968명
총 피해액 12.9조원 "국민연금 지분 11%로 추산"
▲영흥화력발전소 (사진=한국남동발전)


'탈석탄 선언'을 했던 국민연금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대기와 국민건강에 끼친 피해액을 추산하면 1조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기후솔루션과 핀란드 대기환경연구단체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공개한 '국민연금의 언행불일치 탈석탄, 대기오염‧건강피해 요인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5월 '탈석탄' 선언이 무색하게 그동안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해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대기오염물질로 국민건강에 끼친 피해액이 1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는 산업표준 배출확산모델인 칼퍼프(CALPUFF) 모델링 시스템으로 2021~2022년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황(SO2), 질소산화물(NOx) 등 초미세먼지(PM2.5) 크기 오염물질의 90%를 추적했다. 그 결과, 각종 유해물질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을 유발해 전국적으로 1968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에 이른 경우가 아니더라도 해당기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로 어린이 천식 신규 발생 580건, 미숙아 출산 280건, 천식관련 응급실 진료 560건, 병가 80만일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자료=기후솔루션)


이처럼 2021~2022년 우리나라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으로 발생한 건강피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약 1조4000억원이 국민연금의 석탄발전소 투자로 인한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방법에 기반해 국민연금의 기여 정도를 분석했다. 대구대학교 회계학과의 정준희 교수가 연구방법론의 문제가 없는지 검증했다.

건설단계인 것을 포함해 국내 총 15개 석탄발전소 가운데 11개 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가 운영한다. 국민연금은 주식 및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이곳 '석탄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11% 비중을 각종 건강피해에 대입하면 조기사망 220건, 어린이 천식 신규 발생 67건, 미숙아 출산 32건, 천식 관련 응급실 진료 약 63건, 병가 9만690일 등이 국민연금의 석탄투자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석탄 투자에 기인한 발전소별(지역별) 건강피해와 경제적 비용. (자료=기후솔루션)


이같은 건강피해는 석탄발전소가 가까울수록, 또 발전용량이 클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인근에서 가장 많은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킨 석탄화력발전소는 26명의 희생자를 낳은 6400메가와트(MW) 용량의 태안화력발전소였다. 이어 6040MW 용량의 당진화력발전소에서 23명, 5080MW 용량의 영흥화력발전소에서 18명 순이었다. 경제적 피해는 각각 1550억원, 1421억원, 1124억원이다.

기후솔루션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와 같이 산업화 대비 1.5℃ 이내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억제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말뿐인 탈석탄 선언에서 나아가 하루빨리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CREA의 라우리 밀리비르타(Lauri Myllyvirta)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이런 석탄발전으로 말미암은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석탄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 기준을 수립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의 한수연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석탄기업을 분류하는 정량 기준을 발전기업의 경우 발전량 비중 기준 최소 30%로 설정하고 지속해서 강화해야 비로소 진정한 탈석탄 선언을 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약에서 도출된 1.5℃ 목표를 위한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 공적 연기금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