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꿀벌 절반 사라졌다...'기후위기' 무게싣는 전문가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3 17:06:45
  • -
  • +
  • 인쇄
지난해 폐사율 48%...기록상 2번째로 높아
워싱턴DC 한겨울 26.7℃ 올랐다 급락하기도

지난 1년간 미국 꿀벌의 절반가량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오번대학교 공동조사에 따르면 2023년 4월 1일까지 지난 1년간 미국 내에서 폐사한 꿀벌 비중은 48%에 달한다. 메릴랜드대학교와 오번대학교는 2006년부터 꿀벌들이 벌집째로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폐사율은 50.8%를 기록한 지난 2020~2021년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지난 12년간 연평균 폐사율은 39.6% 정도다. 미국 양봉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추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양봉업자들은 월동벌이 겨울을 나면서 대개 21%가량 폐사할 경우 '수용 가능한' 피해규모로 보고 있지만, 올해 이 폐사율을 넘어섰다고 보고한 양봉농가는 6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꿀벌의 집단폐사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지목했지만, 제초제의 독성이 점진적으로 약화돼 온 점, 전체 꿀벌의 3분의 2가량에 들러붙어 각종 바이러스를 퍼뜨리던 꿀벌기생충 '바로아응애'의 기생충감염률이 이제는 2%에 불과하다는 점, 특히 기후위기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2년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폐사율을 기록한 것으로 미뤄볼 때 '기후변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미 농무부(USDA) 소속 절지동물 연구원 제이 에반스는 AP통신과의 서면질의에서 지난 1월 워싱턴DC 기온이 이상기후로 80℉(약 26.7℃)까지 올랐다가 급락하면서 꿀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11월 평균기온이 12~13℃에 이를 정도로 따뜻한 기온이 유지돼다 급락하는 비슷한 기상이변으로 2년 연달아 월동벌이 집단 실종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밖에도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꿀벌은 집단 날갯짓을 통해 벌집의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하는 데 상당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꽃꿀에서 비롯한 탄수화물(당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폭우, 가뭄, 이상기후 등으로 개화기가 들쑥날쑥해지면서 꿀벌들의 꿀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꿀벌들의 '대기근'으로 이어져 면역력 저하로 인해 적은 기생충감염률로도 궤멸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경제적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USDA에 따르면 미국 내 꽃가루받이의 80%를 꿀벌이 맡고 있다. 또 미국 국민의 식단의 35%가 이처럼 꿀벌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출하한 농작물에서 비롯한다.

게다가 꿀벌 개체수가 줄어들면 식품업계와 계약된 꽃가루받이용 벌을 길러내기 위해 꿀벌과 양봉업자들에게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진다. 특히 메릴랜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꿀벌이 혹사당하면서 꿀벌의 평균 수명은 50년만에 50% 줄었다. 1970년대 34.3일가량이었던 꿀벌의 수명이 지난해 11월 연구결과 17.7일로 줄어든 것이다.

세계양봉연맹 회장 제프 페티스는 AP통신, 가디언지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집단폐사는 미국 내 수분 수요를 가까스로 충족시킨 매우 걱정스러운 손실 규모"라며 "기후변화가 봉군의 생존에 끼치는 영향은 실제적이지만,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