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꿀벌 230억마리 집단폐사…"꽃·나무 2배 이상 늘려야"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8 12:32:51
  • -
  • +
  • 인쇄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학협력단 보고서 발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30억마리가 넘는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매년 반복되지 않으려면 현재 국내의 밀원면적으로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학협력단이 '세계 벌의 날'을 이틀 앞두고 발간한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반복되는 꿀벌 집단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밀원 면적을 30만헥타르(ha)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달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7000여개 가운데 61%인 94만4000여개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5000~2만5000마리가 있으니 141억6000마리에서 236억마리의 꿀벌이 죽은 셈이다. 지난해 폐사한 100억마리보다 피해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 발생한 '꿀벌군집붕괴현상'(CCD)과 유사한 상황이 현재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꿀벌 집단폐사 원인을 '질병과 살충제, 기생충,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일례로 2018년 유럽 10개국은 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이후에도 꿀벌의 집단폐사 현상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한가지 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꿀벌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원인은 '기후변화'로 꼽고 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00여년만에 1.09℃ 상승하면서 벌이 동면에서 깨기전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봄꽃 개화일은 과거 1950~2010년대보다 3~9일 빨라졌다.

보고서는 "겨울철 온난화와 이상기상 현상 증가는 월동기 꿀벌에게 치명적"이라며 "재작년 10월 초순까지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가 10월 중순 갑자기 10℃ 이상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월동을 준비하던 꿀벌에게 혼선을 줬고 이후엔 12월말까지 기온이 높다가 25일 기온이 급락해 꿀벌이 월동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벌은 꽃가루 섭취량에 따라 수명이 2배까지 차이난다. 하지만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인 밀원식물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자료=그린피스)


또 우리나라 꿀벌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밀원 부족'을 꼽았다. 밀원은 벌이 꿀과 꽃가루 등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꿀벌 생존에 필수 요소다. 하지만 이 밀원은 지난 수 십 년동안 빠르게 감소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밀원 면적은 1970~80년대보다 약 70%나 감소했다. 이상기후 현상이 심해지면서 밀원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빈번한 산불로 밀원식물이 대량 소실된 탓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천연꿀 생산의 70%를 '아까시나무'에 의존하는 등 밀원식물 종류가 한정적인 경우에는 이상기후로 꿀벌이 꿀을 모을 시기를 놓치면 1년동안 사료로만 버텨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밀원식물이 줄어드는 반면 꿀벌 사육봉군 밀도는 더 높아졌다. 우리나라 사육봉군 밀도는 1평방킬로미터(㎢)당 21.8봉군으로 전세계 1위다. 그만큼 먹이 경쟁이 치열해져 영양분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는 집단폐사 현상을 더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밀원 면적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애벌레를 꿀벌 성충으로 키우는데 필요한 꿀은 300㎎, 꽃가루는 130㎎ 이상이 필요하다. 벌통 1개에서 태어나는 꿀벌은 연간 약 15만마리로, 성충이 된 꿀벌들이 소비하는 양까지 합치면 봉군 1개당 약 60㎏의 꿀이 소모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양봉되는 꿀벌 봉군수가 250만군 이상에 3~10만군의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9만톤(t)의 꿀이 필요하다. 밀원 1ha에서 생산되는 꿀이 통상 300㎏ 정도이므로, 30만ha의 밀원면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현재 국내 밀원면적은 15만3381ha로 필요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산림청은 매년 약 3800ha씩 밀원면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30만ha 밀원을 확보하는데 최소 4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피스와 안동대 연구진은 밀원 확보를 위해 '생태계 서비스 직불제'를 마련해 국내 산림면적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에 밀원을 조성할 경우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생태계 서비스직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 토지소유자가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유지·증진하는 활동을 하면 국가가 혜택을 주는 제도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꿀벌의 집단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카카오 'CA협의체' 해체하고 '3실 체제'로 개편한다

지난 2년간 카카오 경영을 이끌었던 최고의사결정기구 'CA협의체'가 해산된다.카카오는 오는 2월 1일부터 현재의 CA협의체 조직구조를 실체제로 개편한

석화산업 생산감축만?..."전기화 병행하면 128조까지 절감"

석유화학산업 제품 생산량을 25% 줄이고 나프타 분해공정(NCC)을 전기화하면 기존 수소화 방식보다 전환비용을 최대 약 128조원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탄소제거에 흙까지 이용하는 MS...12년간 285만톤 제거 계획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토양을 이용한 탄소제거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SG;스코어] 'CBAM 대응체계' 가장 꼼꼼한 철강업체는 어디?

올해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6개 수입품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철강사

"화석연료 손뗀다더니"...게이츠재단, 석유·가스社 지분 야금야금 늘려

빌 게이츠가 "화석연료 기업에서 손을 뗐다"고 공개 선언한지 5년이 지났지만, 게이츠재단은 여전히 석유·가스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

구글 '2030 넷제로' 이상무?…美서 청정에너지 1.2GW 확보

구글이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1.2기가와트(GW)를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203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기후/환경

+

뉴욕·LA도 예외 아니다...100대 대도시 절반 '물부족' 직면

미국의 뉴욕과 로스엔젤레스(LA), 중국의 베이징 등 인구가 집중돼 있는 전세계 대도시들이 앞으로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22

선박연료 규제했더니...산호초 백화현상 더 심해졌다고?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한 선박연료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산호의 백화현상을 가속화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를 끈다. 호주 멜버른대학 로버트

암스테르담 크루즈 여행 못가나?...2035년까지 '운항금지' 추진

유럽의 대표적 관광도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크루즈 운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이 이유다.22일(현지시간) 피플

연일 40℃ 넘는 호주 폭염 "자연적인 기후변동 아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올초부터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같은 폭염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최소 5배 이상 높

올해도 '가마솥 폭염과 극한호우' 예상..."기온, 평년보다 높을 것"

올해도 우리나라 평균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겠다. 전체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특정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기상청은

주머니 손넣고 걷다가 '꽈당'..."한파, 이렇게 대비하세요"

이번 주말을 포함해 당분간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파 피해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기상청은 외출시 보온 관리부터 차량 운행,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