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돌아온 '엘니뇨'...식량 위기와 전염병 위기 '부채질'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1 12:02:59
  • -
  • +
  • 인쇄
전세계 곡창지대, 폭우와 폭염으로 수확량 급감
고산지대까지 해충 서식지 확장되며 건강 위협

3년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온 '엘니뇨'로 인해 기아와 말라리아의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전문가들과 보건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동반한 엘니뇨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의 건강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엘니뇨가 더 강해지면서 일부 국가에서 기아와 가뭄, 말라리아의 위험이 높아지고, 극한폭염을 동반하는 엘니뇨는 심장병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열관련 질환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공중보건대학 기후및건강센터장인 그레고리 웰레니우스(Gregory Wellenius) 교수는 "폭염은 건강에 위험하다"며 "입원 또는 사망 등 직접적인 피해도 많아지지만 폭염에 따른 간접 피해도 엄청나다"고 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기후현상으로, 이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을 높이게 만든다. 엘니뇨와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한 시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아지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급으로 상승한 상태인데, 올여름 엘니뇨가 시작되면서 과학자들의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엘니뇨는 지구 일부 지역에 엄청난 폭우를 퍼부으며 홍수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은 극단적인 가뭄과 폭염을 가져온다. 이같은 '극과극' 기상현상으로 전세계는 식량위기와 전염병 위기가 더 자주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 국제기후 및 사회연구소의 월터 베스겐(Walter Baethgen) 박사는 "물론 엘니뇨가 모든 재난의 시발점은 아니다"며 "그러나 엘니뇨는 분명히 세계 곳곳의 기후를 변화시킬 것이며, 우리는 이를 예측하고 정부에게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엘니뇨는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극한기후로 인해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떨어진 상태인데, 여기에 엘니뇨로 기상패턴까지 급격하게 바뀌면서 결정타를 날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베스겐 박사는 "현실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식량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유엔이나 세계식량계획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국제기구들은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 일부 지역에서 식량위기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이미 엘니뇨발 식량위기와 전염병 위기가 닥치고 있다. 기후·건강자선단체인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기후 영향 및 적응책임자 마들렌 톰슨(Madeleine Thomson)씨는 "에티오피아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북부지역에 가뭄이 발생한다"며 "전염병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늘한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모기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라리아에 노출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고지대 지역에서도 전염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기의 서식지가 고산지대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기온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7월이 기록상 가장 더운 달로 선언했다. 특히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은 극심한 폭염을 겪었다. 이 영향으로 7월에 일시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1.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세계기상기여도 네트워크(World Weather Attribution network)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7월에 북미와 남유럽, 동아시아의 기온을 끌어올렸다.

WMO 기후책임자인 크리스 휴잇(Chris Hewitt)씨는 "날씨가 점점 더 따뜻해짐에 따라 그 영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를 막고 기온 상승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온도가 1℃씩 올라갈 때마다 위험은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