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지옥의 문 열었다"...유엔 사무총장, 느긋한 부유국에 맹폭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1 12: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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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욕 AFP,연합뉴스)


올 7월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나고 '지구열대화'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에는 "인류가 기후위기를 악화시켜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일갈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목표 정상회의(Climate Ambition Summit 2023)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세계가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수십 년 뒤쳐져 있다"며 "우리는 화석연료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낭비한 수십년의 시간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화석연료 회사들은 에너지전환을 방해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부유국들은 2040년까지 가능한 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지금까지 미진했던 빈곤하고 취약한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는 "많은 최빈국들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기후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약속된 자금이 실현되지 않았으며 국가 부채가 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산불 등 기후재난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시급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8℃의 지구온난화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며 "인류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즉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후목표 정상회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준수를 위해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서로 공유하고 기후행동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79차 유엔총회 기간 중 개최됐다. 우리나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비롯 100여개국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의 주요국들이 모두 불참했다.

백악관 고문을 역임한 켈리 심스 갤러거(Kelly Sims Gallagher) 터프츠대학(Tufts University) 플레처스쿨 학장은 "온실가스 주요국의 불참은 지금 이 과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며 "우리가 진지했다면 지금쯤 모두 테이블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화석연료 퇴출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는 지난 6월 열린 유엔 본 기후회의와 9월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참여국들이 화석연료 완전 폐기에 다소 유보적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거대 석유기업을 상대로 기후소송 제기한 개빈 뉴섬(Gavin Newsom)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회의에서 "기후위기가 화석연료 위기라는 사실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며 "수십년에 걸쳐 석유기업들은 기만과 부정으로 오늘날의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과 쿠세아 나타노(Kausea Natano) 투발루 총리 또한 "화석연료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타노 총리는 "우리가 화석연료에 중독된 채로 오래 머무를수록 상호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다른 개발도상국 정상들도 "부유국들이 약속한 1000억달러의 기후원조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폭풍, 폭염, 홍수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다"고 성토했다. 미아 모틀리(Mia Mottley) 바베이도스 총리는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의 대가를 치르느라 막대한 돈을 빌리고 이를 가해국가들이 방관하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며 "이는 비양심적이며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만으로는 기후위기의 궤도를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드디어 세계 해양보호조약에 서명하는 등 약간의 진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와스코우(David Waskow)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국제기후이사는 "각국이 내놓은 작은 조치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새는 호스로 불을 끄려고 하는 것과 같다"며 "정부와 기업이 취하고 있는 조치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 변화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또한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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