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셰일가스 '큰손' 되나...美 파이오니어 595억불에 인수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2 15:45:53
  • -
  • +
  • 인쇄
(사진=연합뉴스)

미국 화석연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거대 화석연료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이 미국 셰일가스 회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를 595억달러(약 79조724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어를 주당 253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는 인수보도 이전보다 9%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양사는 "각사 이사회의 승인은 받았지만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인수합병이 완전히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만에 이뤄지는 미국 최대 규모의 석유 및 가스 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엑슨모빌이 미국의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막대한 베팅을 했다"며 "퍼미안 분지 셰일 유전에서 엑슨모빌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오니어가 주로 활동하는 퍼미안 분지는 최근 막대한 양의 셰일유전이 매장된 것으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엑슨모빌을 비롯한 석유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동안 엑슨모빌의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는데, 이번 인수는 전량 주식거래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인수는 향후 몇 년동안 화석연료 생산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거대 에너지 회사들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엑슨모빌의 지난해 수익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인해 사상 최대인 557억달러를 기록했다. 

인수를 위한 최종 주주투표를 앞두고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슨모빌 회장은 "파이오니어는 고유한 자산 기반과 업계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아 인수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셰필드(Scott Sheffield)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 대표는 "이번 합병건이 앞으로 수십 년동안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엑슨모빌과 파이오니어가 함께 퍼미안 분지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수익 유정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인수 후 엑슨모빌 퍼미안 유역 생산량은 하루 130만배럴이 될 예정인데 이는 기존 생산량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는 "이번 인수가 환경친화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즈 회장은 "2050년부터 2035년까지 파이오니어의 탄소중립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업계 선도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엑슨모빌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청정 에너지원에 집중하라"는 요구를 모두 무시하고 석유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기후위기 연구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글로벌 산업 캠페인 담당자인 데이비드 통(David Tong)은 "엑슨모빌의 확장은 사람, 지역사회, 기후에 좋지 않다"며 "화석 에너지 시장을 소수의 거대 기업으로 더 통합하는 것은 사람들의 에너지 접근성을 확보하거나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의 분석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는 거대 석유 및 가스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인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은 "이번 인수가 메탄 배출에 대한 투명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호기금은 "파이오니아는 그동안 자사의 메탄 배출량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몇 안되는 회사였다"며 "그러나 엑손에 인수됨으로써 기존의 낡고 부적절한 보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환경

+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