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대회시설 짓기 위해?...극한폭염에 내몰리는 UAE 노동자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3 12:21:04
  • -
  • +
  • 인쇄
한낮 야외노동 금지돼 있지만 '그림의 떡'
법과 권리 무시한 기후위기 대응 '치명적'
▲보고서 표지(출처=페어스퀘어)

전세계 정상들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모색하는 행사에 사용될 시설을 짓기 위해 극한폭염에서 노동자들이 휴식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권연구단체 페어스퀘어(FairSquar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 11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40℃에 넘나드는 뙤악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회 시설을 짓기 위해 야외노동을 금지하는 정오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UAE는 지난 2022년부터 여름기간인 6월 15일~9월 15일까지 오후 12시 30분~오후 3시 사이에 일부 공정을 제외한 야외작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낮 노동금지 시간을 합치면 연간 233시간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같은 걸프지역에 위치한 쿠웨이트의 한낮 노동금지 시간의 절반, 카타르의 40%에 불과하다. 게다가 UAE 노동력의 약 90%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한낮 휴식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UAE의 현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극심한 열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당연히 두통이 생기고 어지러움을 느낀다"며 "이 날씨는 인간을 위한 날씨가 아닌 것같다"고 호소했다. 다른 노동자는 "밖에 있는 매순간 죽는 줄 알았다"면서 "그래도 먹고살려면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페어스퀘어는 "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COP28 준비를 비롯해 UAE에서 거의 모든 육체노동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어스퀘어가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여름철 작업금지 시간대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두바이 전시컨벤션센터 건축현장에서 크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현장감독관은 잠입한 연구원에게 "COP28이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면서 "밤에 작업을 하는 게 맞지만 시간이 없으니 빨리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두바이 공항에 있는 온열지수(WBGT)가 31~33℃일 때도 작업자들은 휴식시간 없이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직업안전보건국(OSHA)은 온열지수가 25℃를 넘으면 격렬한 작업에서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온열지수가 27.9℃를 넘으면 휴식과 작업의 비율을 5대5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페어스퀘어는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날씨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기후 비상사태로 인해 열 관련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온다습한 기후는 치명적인 열사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걸프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휴식권 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준비기간동안 매주 평균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UAE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혹사 당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 활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파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시설을 외국인 노동자가 극한폭염 속에서 짓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처드 피어하우스(Richard Pearshouse) 휴먼라이츠워치(HRW) 환경담당자는 "UAE가 COP28에서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일단 이 보고서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같다"며 "이번 사례는 기후위기는 법이 지켜지지 않고 권리가 존중되지 않을 때 특히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기후인권단체 기후난민(Climate Refugees)의 아말리 타워(Amali Tower) 이사는 "걸프지역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는 기후 불의에 대한 이야기"라며 "고급 고층건물을 많이 짓고 걸프 국가들의 마이스(MICE)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원은 이주 노동자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피해 걸프지역으로 왔지만 이곳에서도 폭염 속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OP28 주최측은 대변인을 통해 "건설 계약업체들이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며 "자체 조사결과 여름철 작업금지령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COP28은 두바이 엑스포시티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두바이 엑스포시티의 강력한 근로자 복지정책과 절차에 대해 모든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