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좌초자산' 된다는데...韓공적금융기관 LNG선박에 52조 쏟아부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8 11:38:48
  • -
  • +
  • 인쇄

7년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LNG선박에 약 52조원 넘게 쏟아부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우려되고 있다.

28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LNG운반선: 가스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652척의 LNG운반선에 총 52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한해에만 15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10년간 투자금액 순으로 보면 수출입은행(KEXIM)이 31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산업은행(KDB)이 12조8000억원, 무역보험공사(K-SURE)가 6조9000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2000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6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LNG운반선 투자금이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올 2월 보고서에 따르면, LNG 가격의 지속적 상승과 유럽의 가스소비 감소, 에너지 전환 등으로 앞으로 몇 년간 글로벌 LNG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가스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낙관적인 LNG 수급 시나리오에서도 가스 수요는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찍고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예측이다.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도 올 5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LNG선박 발주량은 공급과잉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해외 선주사들의 '투기성 발주'가 늘어나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투기성 발주'란 장기 사용계약 없이 단순히 선박시장 수요만 예측해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전세계 LNG운반선 발주 물량 중 39%(124척)는 투기성 발주였다. 시황 호조를 노리는 투기성 발주는 시장을 교란시키고 선박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켜 국내 조선소와 공적금융기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LNG운반선 수주량 증가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사가 현재 건조중인 LNG운반선은 252척에 이른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공적금융기관이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등을 포함한 39개국 공적금융기관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는 '글래스고 선언'에 서명하고, 금융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7일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일 정부에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연구원은 "올해 전례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의 확장 중단의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LNG 산업은 석탄 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막대한 좌초 위험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NG 운반선은 LNG 밸류체인 확장을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LNG선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는 선주사, 금융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기내식 용기 '식물성 소재'로 바꾼다

대한항공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기내식 용기를 도입한다.대한항공은 오는 12월부터 밀짚, 사탕수수, 대나무 등 비목재 식물성 원료로 제작된 기내식 용

"배출권거래제, NDC 53% 맞춰 운영"…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다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 하한목표인 53%에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젊어지는 삼성전자'...30대 상무·40대 부사장으로 '세대교체'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4명 많은 161명에 대한 임원승진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와 로봇,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는 게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기후/환경

+

1만2000년만에 분화한 화산...연기 14km까지 치솟아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하일리 굽비 화산(Hayli Gubbi volcano)이 약 1만2000년 만에 처음으로 분화했다고 24일(현지시간) AFP,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

"초미세먼지 줄여라"…정부,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출력제한 조치

온화한 날씨로 인해 올겨울 초미세먼지(PM2.5)가 지난해보다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석탄발전소 최대 17기

탄소배출권 사서 메우자?...배출권 의존기업 탄소감축 '제자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확대보다 기업의 직접 감축 노력이 우선이라는 국제보고서가 공개되며 상쇄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대한상의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 모집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재생에너지 활용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연수는 오는 12월 10일~

'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 가로막아..."권한집중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국전력공사(한전) 중심의 전력계통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어, 전력망 계획·접속권한을 독립기관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배출권거래제, NDC 53% 맞춰 운영"…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다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 하한목표인 53%에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