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에 불난리까지...연초부터 전세계 기상이변으로 '몸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2 17: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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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노르웨이 폭우·강풍에 '돌발홍수'
엘니뇨·산불에 펄펄끓는 스페인·남미
▲1일(현지시간) '대기의 강'이 미국 서부를 덮친 모습 (사진=연합뉴스/AFP/NOAA)


연초부터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전세계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폭우전선이 상륙하면서 재난당국과 거주민들은 피해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평양에서 발원한 좁고 긴 비구름대인 '대기의 강'이 연달아 덮쳐 차례로 북부와 남부를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대기의 강'은 미시시피강 하구 수량(약 1만4000톤)의 최대 15배까지도 수분을 머금고 있는 말 그대로 공중에 떠 있는 강이다. 이번 1차 '대기의 강' 전선은 36시간가량 연속적으로 비를 퍼부으며 일부 지역에는 물이 13㎝까지 차오른다는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달에도 '대기의 강'이 발생한 탓에 빗물이 3시간만에 7.62㎝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도로가 휩쓸리고 주택 60여채가 침수되는 '돌발홍수'를 겪기도 했는데, 이보다 더 심한 재난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땅이 마르기도 전 더욱 강력한 2번째 '대기의 강' 또 한번 몰려온다. 2번째 '대기의 강'은 1번째에 비해 습기도 더 많이 머금고 있어 주말부터 오는 수요일까지 더 오랜 기간 비를 쏟아부으면서 피해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해안지역에는 벌써 100㎞/h에 달하는 돌풍이 불고 있어 일대 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대기의 강'이 한꺼번에 덮치는 현상은 엘니뇨와 온난화로 바닷물에서 대기중으로 증발하는 수분량이 늘면서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향후 이로 인한 캘리포니아주 거주민 1인당 홍수 피해액은 최대 4배까지도 불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지난달 '돌발홍수'로 휩쓸려내려간 차량 주변을 걷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시민 (사진=연합뉴스/AP)


대서양 반대편 노르웨이도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인군(Ingunn)으로 명명된 폭풍으로 노르웨이에는 180㎞/h의 돌풍과 함께 눈·비가 몰아치고 있다. 허리케인 인군은 30년만에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갖춰 허리케인으로, 노르웨이 기상청은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노르웨이 전국 곳곳에 시설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노르웨이 공안당국에 따르면 하룻새 총 5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서는 승객 14명을 태운 버스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부상자는 없었다. 1만2000여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도로, 터널, 다리 등이 폐쇄됐다. 창틀과 지붕이 날아가는 사고도 잇따랐다. 노르웨이 공안당국은 시민들에게 돌발홍수, 산사태 등을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같은 강력한 허리케인의 발생 역시 기후위기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허리케인 인군의 특징은 발달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인데, '찌르기 제트'(sting jet)라는 기상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극과 적도의 온도차로 힘을 얻어 지구 북쪽을 횡으로 빠르게 도는 제트기류는 최근 북극의 온난화로 온도차가 줄면서 경로가 구불구불해지고 있다. 이러면서 간혹 갈고리처럼 기류가 튀어나오는 '찌르기 제트'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 '찌르기 제트'가 발달중인 저기압에 말려들면서 제트기류가 허리케인을 급속도로 키운 것이다.

▲노르웨이 연안의 한 항구를 덮친 허리케인 인군 (영상X@Meteo Express)


반대로 남유럽에서는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 현재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역은 역대급 가뭄으로 저수지의 평균 수위가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평균 저수율인 70%에 한참 못 미친다. 수량이 풍부해 수력발전은 물론 수려한 풍광으로 각종 수상 스포츠 대회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던 명소 사우 저수지는 수위가 5.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200여개 시·군 600만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물 사용 제한 조처를 강행했다. 세차는 영리목적을 제외하고 금지, 수영장, 공원 분수대 등의 물 사용이 금지된다. 농업용수 사용량은 20% 줄였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도 200리터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가뭄은 폭염과 겹치는 바람에 상황이 더 악화했다. 절기상 12월 중순~3월 중순까지가 겨울인 스페인은 지난달 말 동부 발렌시아 지역 기온이 29.5℃까지 치솟았고, 남부 안달루시아 말라가 인근 기온은 27.8℃까지 올랐다. 이는 6월 중순의 여름과 같은 날씨라는 게 스페인 기상당국의 설명이다.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우리는 새로운 기후 현실에 진입하고 있다"며 "강우 기록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길고 극심한 가뭄에 직면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부 말라붙은 사우 저수지 바닥에 카누 한 대가 버려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AP)


남아메리카도 불볕더위에 허덕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부 및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며칠째 40℃ 안팎을 기록중이다. 23개 주 가운데 20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38℃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된 멘도사, 네우켄, 리오네그로, 라팜파, 산루이스, 산후안,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는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아르헨티나와 이웃한 칠레와 우루과이도 국토 절반가량에 예비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우루과이 기상청은 "2월 1~4일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4~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온건조한 날씨탓에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잿더미로 변하는 산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북부의 희귀식물 서식지인 로스알레르세스 국립공원에서는 산불이 1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나흘간 집계된 산림피해 규모만 20㎢에 달했다. 국경을 맞댄 칠레에서도 푸에르토 몬트 산불이 닷새 넘게 계속돼 8㎢ 이상이 훼손됐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초까지 엘니뇨가 지속할 확률은 90%로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24년이 지난해보다 더 더울 확률을 3분의 1로 추산했고, 99%의 확률로 가장 더웠던 연도들 가운데 올해가 5 손가락 안에 꼽힐 것으로 예측했다.

▲아르헨티나 추부트주(州)의 로스알레르세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사진=연합뉴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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