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바닥 긁는 '저인망 어업'...CO2도 같이 긁어낸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9 12:12:55
  • -
  • +
  • 인쇄

해저를 긁어내는 저인망 어업으로 매년 수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 퇴적물이 대기중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유타대학교(Utah State University) 연구팀은 해저 밑바닥을 긁는 그물로 인해 심해 CO2 퇴적물이 손상을 입으면서 한해 약 3억7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인망 어업'은 최대 0.8km 길이의 거대한 그물을 설치해 해저를 긁어내는 방식으로 새우와 게 등을 포획하는 방법을 말한다. 많은 해양학자들과 환경활동가들은 저인망 어업은 산호초 등 해저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차별적으로 해양생물을 죽인다는 이유로 저인망 어업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저인망 어업이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특히 발트해, 동중국해, 그린란드해, 북해의 해저 CO2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남아시아 해안의 경우는 데이터가 없어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저인망 어업으로 인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렇게 배출되는 CO2의 양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CO2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바다에는 생물 사체와 녹조류 활동 등으로 CO2 퇴적물이 쌓힌다. 현재 퇴적양은 1만제곱미터당 66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바다는 대표적인 '블루카본'(지구 자체 탄소흡수군)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블루카본에 저장된 탄소가 어업활동으로 다시 대기로 방출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1996년부터 2020년 사이의 저인망 어업이 퇴적 CO2 방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트리샤 앳우드(Trisha Atwood) 유타대학교 해안과학 교수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CO2가 바다에서 대기중으로 완전히 배출되는 데 약 9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저인망 어업이 이를 가속화 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아나스타샤 로마누(Anastasia Romanou)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은 "저인망 어업을 규제한다면 즉각 수억톤의 CO2를 줄일 수 있다"며 "이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CO2는 바다에 남아 주변 해역을 산성화시키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 CO2는 게와 홍합, 성게 등의 껍질을 녹여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앳우드 교수는 "특히 지중해와 같이 바다가 격리된 지역에서는 CO2가 심각한 국지 산성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산성화의 지역적 영향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마누 연구원은 "물론 저인망 어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저인망 어업의 탄소 발자국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정책 입안자들은 아직 저인망 어업이 해양 산성도와 CO2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프런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상의, 대한변협과 손잡고 국내기업 ESG법률지원 나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들의 ESG법률지원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탄소중립 '광역지자체' 직접 챙긴다...'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 탄소중립 실천전략인 '제1차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오는 9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8일

일산화탄소 정화하는 효소...그 원리 밝혀냈다

특정 효소로 유독가스를 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탄소중립대학원 및 에너지화학공학과 김용환 교수팀은 에너지화

'라면·가공밥' 식품업 확장 나선 '하림'...ESG도 날개 단다

국내 대표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이 육계 산업에 이어 라면, 가공밥, 조미료 등 식품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여기에 ESG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으로 '장

봉사와 여행을 함께...카카오T '기브셔틀' 10월까지 운영

문화재 보호나 유기동물 지원 등 봉사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셔틀을 타고 다양한 주제의 봉사활동에 참여

MS '330만톤 탄소' 제거한다...스톡홀름엑서지와 최대규모 계약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목재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스웨덴의 바이오매스 발전기업 스톡홀름엑서지(Stockholm Exergi)와 역대 최대규모 탄소포집계약을 맺

TECH

+

LIFE

+

순환경제

+

Start-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