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독해지는 허리케인..."풍속 86㎧ 이상 최상위 등급 추가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6 15:14:12
  • -
  • +
  • 인쇄
풍속 86㎧ '메가 허리케인' 9년새 5건
폭우·홍수피해 중심..."돌풍도 주목해야"


기후위기로 허리케인의 위력이 갈수록 강력해지자 '메가 허리케인' 등급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국립연구소(LBNL) 마이클 웨너 연구원 주도 연구팀은 최근 10년간 풍속이 86㎧를 넘어가는 '메가 허리케인'이 5건이나 발생했는데 현재 5등급으로 구분돼 있는 허리케인 분류방식으로는 이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상위 범주를 하나 더 늘려 '6등급'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허리케인 등급은 미국의 '사피어-심프슨 열대저기압 등급'(SSHS)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SSHS는 풍속 33~70㎧에 따라 허리케인을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는 바람속도가 1초당 70m 이상인 허리케인을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뉴올리언스주를 비롯해 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SSHS 5등급에 속한다. 당시 사망자만 1833명에 달했고, 폭풍해일로 원유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유가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7년 9월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46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허리케인 '마리아'도 5등급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마리아'는 풍속이 77~78㎧에 달했다. 특히 '마리아'는 21세기들어 카리브해 섬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꼽힌다. 이처럼 최근 10년 사이에 '마리아'와 '카트리나'를 상회하는 초강력 허리케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풍속이 87㎧에 달하는 태풍 '하이옌'이 발생해 6000여명이 사망했고, 멕시코와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의 풍속은 96㎧로 역대 최고였다.

앞으로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도가 더 세지고 빈도는 늘어날 전망이다. 바닷물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더 큰 에너지와 수분을 머금은 허리케인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동안 5등급을 부여받은 열대저기압은 197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지난 17년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풍속이 86㎧ 이상으로 초강력 바람을 동반했던 열대저기압 하이옌, 퍼트리샤, 메란티, 고니, 수리개 등은 모두 지난 9년동안에 발생했다. 이에 연구팀은 풍속 86㎧를 기준으로 최상위 등급을 하나 더 추가해 허리케인을 6등급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6㎧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별도로 분류하는 것은 2가지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선 기후위기로 과거 수준을 아득히 상회하는 '메가 허리케인'의 빈도가 계속해서 늘고 있고, 그 피해규모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70㎧ 이상'의 허리케인에 대해 같은 수준의 대응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등급분류는 폭우와 홍수피해 측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풍속이 워낙에 빨라지고 있어 강풍이나 돌풍에 의한 피해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웨너 연구원은 "86㎧ 페라리 스포츠카들의 최고속도와 맞먹는다"면서 "아직까지 대서양과 멕시코만 부근에서 6등급의 허리케인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시간문제로 본다"며 "기후위기가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5일(현지시간)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