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넷제로' 고삐죈다...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90% 감축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7 11:17:14
  • -
  • +
  • 인쇄
화석연료 사용량도 80% 줄일 계획
농민 반발로 농업 기후정책은 철회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기후 중간목표에 따르면, EU는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90% 감축한다. 또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탄소포집으로 제거한 온실가스도 감축량에 포함시켰다.

EU 관계자는 "이 목표는 EU 자문 과학자들이 지난해 6월에 권고한 90~95%의 순감축량 중 가장 낮은 수치"라며 "그럼에도 이를 달성하려면 매우 빠르게 청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EU 27개 회원국은 배출량을 30%만 줄였다"며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지금까지보다 2배 많이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웁케 훅스트라(Wopke Hoekstra)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이 목표를 통해 전세계에 유럽은 기후행동에 계속 앞장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며, 우리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아무도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최근 몇 년동안 풍력 및 태양열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을 빠른 속도로 구축하는 등 청정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목표에서도 204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을 2021년보다 80% 줄일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부 기후목표가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철회되기도 했다. 당초 EU는 농장 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기후목표에 포함했지만 각국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발표 직전 이를 폐기했다. 낙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나 비료에 있는 질소로 인한 온실효과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배제된 것이다. 

기후 싱크탱크 E3G의 자연정책 연구원 피터 드 푸스(Pieter de Pous)는 "농부들이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바로 그 기후정책을 약화시키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며 "나무 위에서 자신이 앉아있는 나뭇가지를 톱질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업부문에서 기후 면제를 유지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종 문건에는 농업 배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더러 새로운 정책 조치를 제안하거나 부문별 목표를 설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문건에는 "이 보고문건의 목적은 정치적 논쟁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다"고 명시됐다. 

그런데 농민들의 반대로 EU 기후·환경 정책이 후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두 번이나 농업 부분에서의 환경 정책이 수정, 폐기된 바 있다. 최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농약 사용량을 줄이자는 제안을 철회하겠다"고 의원들에게 통보한 것도 농민들의 반발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EU는 탄소중립 계획의 일환으로 탄소포집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간 5000만톤의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고 2040년까지 연간 포집량을 2억800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집행위원회는 "그때까지 EU는 8억5000만톤가량의 CO2를 배출하기 때문에 토지 및 산업에서 최대 4억톤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리 사이먼(Kadri Simon) EU 집행위원회 에너지 위원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이 여전히 기후중립의 중심이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탄소관리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EU에서도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시멘트와 같은 일부 중공업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방법이며, 남은 배출량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 탄소포집은 정부와 석유회사들이 CO2가 아니더라도 공기를 오염시키는 연료를 계속 연소시키고, 현재 배출량을 더 천천히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비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실비아 파스토렐리(Silvia Pastorelli) 그린피스 기후 및 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EU 감축 목표에 대해 "큰 숫자처럼 들리지만, 이 목표는 탄소포집 등으로 실제 배출량 감축을 훨씬 더 낮게 숨긴 그린워싱"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농업 배출 문제 해결에 대한 정직성 없이는 EU가 탄소중립을 어떻게 달성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차기 대표 선정 9부 능선...'박윤영·주형철·홍원표'로 압축

KT 차기 사장 후보가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3명으로 좁혀졌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

하나금융,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차량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전기차량을 이동차량으로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이번 차량 지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장애인

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최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LS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Underwriters Laboratories Solution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기후/환경

+

"AI에게 건물 냉난방 맡겼더니...에너지 사용량 42.5% 절감"

건물의 냉난방장치 제어를 인공지능(AI)에게 맡겼더니 에너지 사용량이 42.5%나 절감됐을 뿐 아니라 실내 공기질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문현준

"곧 규모 8강진이 닥칠 수 있다"…대지진 공포에 휩싸인 일본

한밤중 규모 7.5의 강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쓰나미 경보까지 발생하자, 일본 열도는 또다시 대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7.5 강진 이후 발생한 규모 6.4

경기도, 도심 미세먼지 불법배출 사업장 16곳 적발

경기도는 도심지 미세먼지 발생사업장 33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행위 집중수사에서 16개 사업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적발했다고 9일 밝혔

英 굴 서식지 복원 나섰다...연안 생태계 회복 프로젝트

영국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굴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8일(현지시간) 환경전문매체 포지티브뉴스(Positive News)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보전단

中 신흥국 녹색공급망 노리나?...해외 그린테크에 800억불 투자

중국이 지난 1년간 해외 그린테크 프로젝트에 약 8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신흥국 녹색공급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8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

이번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합의 도출?...환경총회에서 논의 재개

3년간 논의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현재 열리고 있는 유엔환경총회(UNEA-7)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