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보 공개·그린워싱 규제...2024년 ESG경영의 '5대 변수'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9 15:00:44
  • -
  • +
  • 인쇄
유럽, 2024년부터 ESG 의무공시 시행
美 각 주별로 ESG 의무공시 속속 도입

국내에서는 ESG경영에 대한 사회적 촉구가 느슨해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후정보 공개, 그린워싱 규제 등 상장기업에 대한 ESG 압박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유럽과 미국의 각 주별로 관련 법안이 속속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2024년 상장기업들은 ESG경영 이슈로 △기후정보 공개 △그린워싱 규제 △공급망 위협 △정부부처간 기업대리소송 △ESG 정치화 등 5가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내년 4월까지 기후정보 공개규칙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손질을 하고 있다. 이는 초안이 마련된 2022년 3월 이후 2년여만이다. 이 기후정보 공개규칙의 골자는 모든 상장기업은 스코프1과 스코프2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SEC의 기후정보 공개규칙은 공급망 라인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인 '스코프3'까지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공화당과 상공회의소 등이 SEC의 스코프3 의무보고를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SEC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SEC가 스코프3 의무보고를 철회한다 해도 미국의 각 주와 유럽연합(EU)이 ESG 의무공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기업들은 결국 자사의 지속가능성 지표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매출액 10억달러 이상 기업에 대해 오는 2026년까지 스코프1과 스코프2 배출량을 공개, 2027년부터 스코프3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올해 통과시켰다. 유럽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공개에 더해, 내년부터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말부터 내년까지 '그린가이드'를 2차 개정할 계획이다. 그린가이드는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지침이다. 1차 개정할 때도 여론수렴 기간을 2년이나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이 2022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안에 개정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개정안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재활용 가능' 여부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시할 것을 강제할 가능성을 점쳤다.

굳이 '그린가이드'가 아니더라도, 현재 미국에서는 그린워싱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리스크가 법적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100% 재활용 가능하다'고 홍보한 제품에 대한 소송을 비롯해 화장품을 '깨끗하다'고 마케팅한 것에 '그린워싱'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분쟁 그리고 저개발국의 노동권 침해문제 등은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의회와 인권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수입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콩고산 코발트는 전기자동차, 휴대폰 배터리의 주원료다. 콩고산 코발트 수입을 금지하려는 이유는 해당 국가에서 코발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동노동, 저임금 노동 등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연일 강경 일변도여서, 중국을 상대로 한 기업들이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대만-중국-미국간 삼자 갈등으로 국제제재나 관세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으로 인해, 중국 신장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강제노동으로 취급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내년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024년은 정부간 대리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SEC가 2020년에 의결권 자문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몇 달안에 판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SEC는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앤코(Glass, Lewis&Co)의 감독을 강화했다. SEC는 "이 기업들이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 및 ESG관련 안건에 대한 투표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쳤다"며 규제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미국 상공회의소는 SEC를 상대로 "권한남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내년에도 ESG에 대한 정치적 공격가 거세질 전망이다. 공화당이 집권한 미국의 주에서는 기업의 ESG경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부 공화당 인사들과 기업인들은 블랙록의 '깨어있는 금융'에 반대하는 스트라이브 자산관리(Strive Asset Management)를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ESG 중 'S'로 대표되는 사회부분에서의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현재 'S' 부분에서는 성소수자·유색인·여성 등 사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수항목인데,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동성애 등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인 월트디즈니는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Ron DeSantis, R)와 ESG 분쟁을 겪었다. 플로리다주가 '성소수자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월트디즈니가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법적분쟁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ESG' 단어를 폐기시켜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가 정치화됐다"며 ESG 용어 폐기의 이유를 밝혔다. 맥도날드 역시 자사 홈페이지에서 ESG 항목을 삭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에쓰오일, 폐식용유로 SAF 생산한다

에쓰오일(S-OIL)이 폐식용유 온라인 수거 플랫폼업체인 올수에서 120톤의 폐식용유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폐식용유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생

"기부받은 물건으로 만들었다구요?"...자원순환 가치를 담은 작품들

옷을 가득 짊어진 아이들이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소비가 가져온 환경파괴를 그린 작품이다. 그 뒷편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

"연대로 지속가능한 사회 이루자"...아름다운가게 '그물코 프로젝트' 포럼

아름다운가게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진행한 '그물코 프로젝트'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원순환은 연대·협업으로 이뤄야 하는 것"이

기후투자기금, 시멘트·철강·알루미늄 저탄소전환에 10억弗 투자한다

기후투자기금(CIF)이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등 고배출분야에서 개발도상국의 저탄소전환을 돕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3347억원)를 투자한다.3일(현지시

수퍼빈, 듀폰·레노버 제쳤다...로이터 지속가능어워드 '우수상'

순환경제 스타트업 수퍼빈이 영국 로이터통신이 주관하는 '로이터 지속가능 어워드(Reuters Sustainability Awards) 2024'에서 순환경제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500개 기업 ESG 등급 'BBB'..."환경·사회 정보공개, 품질향상해야"

올해 국내 500개 기업의 ESG 평균 종합점수가 'BBB' 등급으로 나왔다. 지난해 평균보다 한단계 떨어졌다.4일 ESG평가기관이자 의결권자문사인 아주기업경

기후/환경

+

낙동강 인근 주민들 몸에서 '녹조 독소' 검출...청산가리 6600배

낙동강 유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몸에서 청산가리의 6600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을 지닌 '녹조 독소'가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식물 서식지 넓어지는 남극...기후변화로 40년새 10배 증가

기후변화로 남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남극반도의 식물 군락이 지난 40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어났다.4일(현지시간) 토마스 롤랜드 영국 엑서터대학 박

초강력 허리케인 또 美플로리다로?..."상륙 후 세력 더 강해진다"

허리케인 '헐린'이 미국 남동부를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른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중이다.오는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해

그물코 둘째날 "빙하가 녹는 현장을 봤다...기후행동을 시작할 때"

아름다운가게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서울 을지로 하트원에서 진행하는 '그물코 프로젝트' 둘째날인 5일 '문화 그물코'에 참석한 대담자들은 기후변화에

해파리 쏘임사고 5.6배 급증..."기후위기로 해수온도 높아진 탓"

우리나라 근해의 고수온으로 해파리가 급증하면서 올들어 해파리 쏘임 사고가 지난해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다.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AI의 예측'...2100년 美북동부 해안마을 모두 잠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100년에 미국의 북동부 지역이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는 인공지능(AI) 이미지가 화제다.3일(현지시간) 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