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전 75개 기후위기 닥치면 '속수무책'..."수십년전 기준으로 허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03 15:21:24
  • -
  • +
  • 인쇄
54개 원전은 기후위기 취약지구에 위치
가동중단된 21개는 핵연료 그대로 저장


기후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중인 93개 원전 가운데 54개가 기후위기 취약지구에 위치해 있어 안전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가동은 중단됐지만 핵연료가 여전히 그대로 저장돼 있는 21개 원전 역시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현행 안전기준은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후위기 취약지역에 놓인 75개 원전 가운데 47개는 풍속 250㎞/h~323㎞/h에 달하는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나 홍수 위험이 큰 지역에 위치해 있다. 6개 원전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원전은 침수되면 냉각시설에 큰 손상을 입는다. 이밖에도 16개 원전은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에 있다. 75개 원전 모두 산불뿐만 아니라 폭염이나 가뭄으로 냉각수가 부족해지거나 부품에 이상이 생길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전 운전허가를 담당하는 NRC의 안전성 평가는 이같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현재 NRC는 자연재해 위험을 평가할 때 기존 기후가 계속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 과거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게다가 설계수명 40년이 끝난 원전의 운영허가를 갱신할 때 자연재해 위험을 재평가하지도 않는다. 현재 운영허가가 갱신돼 운전중인 원전은 49개인데, 이들 모두 기후변화 전망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40년전의 자연재해 위험평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연재해 위험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원전을 설계하면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여유 공간이 확보되지도 않고, 각종 부품이나 장치가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1990년대부터 국가전력의 20%를 원전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 확보는 전력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중대한 국가안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GAO는 △원전 안정성 평가에 기후 예측데이터를 통합할 것 △데이터 출처를 밝힐 것 △실제로 데이터를 적용해 운영을 허가하면 위험성이 줄어드는지 평가할 것 △기존 안정성 평가에서의 공백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할 것 등을 NRC에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