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기후대응 '꼴찌' 수준..."부적절한 목표, 일관성·투명성 부족"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09 16:25:58
  • -
  • +
  • 인쇄
실현가능성 및 기후대응 효과 '매우 낮음'
재생E 목표 글로벌 벤치마크 절반 밑돌아
▲'2024 기업 기후책임 감시' 20개 기업 평가결과 한국전력공사(보라색 네모)가 '정합성 매우 낮음'(very low integrity)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자료=신기후연구소)


한국전력공사의 기후대응이 국제 전문가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9일(현지시간) 독일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와 탄소시장감시는 자동차 제조, 전력발전, 패션, 식품 등 4개 분야 연매출 상위 20개 기업의 기후정책을 평가한 '2024 기업 기후책임 감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평가에 포함된 한전은 5개 평가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정합성 매우 낮음'(very low integrity) 등급을 받았다.

'정합성'은 기후위기 대응목표가 실현가능한지, 실현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번 보고서가 평가한 20개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정합성 매우 낮음'을 받은 기업은 한전과 도요타 2곳뿐이다.

평가항목은 △배출량 추적 및 공개 △배출량 감축 목표 △공급망 내에서의 자체적인 노력 △기술적인 한계 등에 따른 미감축 배출량에 대한 책임 등이다. 보고서는 한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일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양식부터 수준미달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의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스코프1인 한국수력원자력의 탄소배출량은 본문과 부록에서 수치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탈석탄계획에서 석탄화력용량은 2022~2030년, 석탄화력배출량은 2030~2035년, 석탄발전사업 매각 및 운영종료는 2030~2050년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연도 자체가 달라 유의미한 비교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전의 2030년 중기 넷제로 목표에는 스코프3 배출량이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기준 한전의 스코프3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선진국들은 2035년까지 2022년 대비 배출량을 80%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국내 전력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한전은 스코프3을 포함하지 않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9.3%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탈석탄 목표시점도 2050년으로 선진국에 비해 15~20년 늦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해외석탄 및 가스발전 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역전되면서 이들은 모두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2022년 3.3% 수준인데 2030년 목표치마저 21.5%에 불과하다. 1.5℃ 목표를 위한 재생에너지 비중 글로벌 벤치마크인 59~89%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밖에도 한전은 2030년까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를 매각하지 못할 경우 탄소포집에 의존한다는 계획인데, 보고서는 탄소포집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 또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추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추출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가짜 해결책'이라고 짚었다.

한편 한전과 함께 평가대상에 오른 전력발전 기업은 이탈리아의 에넬, 스페인의 이베르드롤라, 프랑스 엔지, 미국 듀크에너지 등 4곳이다. 에넬과 이베르드롤라는 '적정 수준의 정합성'(reasonable integrity)를, 엔지와 듀크에너지는 '정합성 낮음'(low integrity)로 모두 한전보다 높은 등급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전력발전원의 60% 이상이 석탄과 가스로 구성된 한전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주요국 발전부문은 넷제로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전의 탄소중립 목표는 일관성 없는 보고, 부적절한 재생에너지 목표, 탈석탄 지연, 가스발전 종속 등의 이유로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폭염 '조용한 살인자'...유럽과 호주,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폭염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3분의 2는 지구온난

[알림]'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어워즈' 6개사 선정...19일 시상식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