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서 사는 갈라파고스의 동물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4-24 12:50:59
  • -
  • +
  • 인쇄

생물다양성의 보고 갈라파고스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뒤덮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봄철 조수에 의해 갈라파고스섬으로 밀려드는 실태를 조망했다.

IUCN 갈라파고스 프로그램 매니저인 마리아나 베라는 "펠리컨과 바다이구아나, 거북의 휴식처인 산호초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찼다"고 비통해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취약종이자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바다이구아나는 플라스틱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종 가운데 하나다. 또 갈라파고스섬은 멕시코와 함께 IUCN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2023년 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인해 가장 위험에 처한 동물은 멸종위기종인 산타크루즈자이언트거북과 바다거북, 갈라파고스바다사자, 고래상어, 취약종인 바다이구아나 등이 있다. 이들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 등 포함한 다른 인간활동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연구에서는 거북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잔해의 최대 86%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병의 라벨 출처도 다양하다. 아시아 및 페루 브랜드, 코카콜라와 펩시코, 게토레이 등의 브랜드 라벨이 관측됐다.

갈라파고스국립공원 관리자인 로드리고 로발리노는 "섬 전역에서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조수와 해류의 영향을 받는 해안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레기의 대부분은 주변 국가와 중국 선박을 포함한 국제 어선단으로부터 온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에 떠밀려오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페루, 에콰도르 그리고 중국에서 온다. 2019년 한 연구는 아시아에서 온 플라스틱의 경우 해류에 떠밀려온 것보다 인근 어선에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상에서 버려지는 해양 플라스틱 비중이 20%, 많게는 40%까지 추정되고 있다.

4년 전 중국의 대규모 어선단이 갈라파고스 보호구역을 둘러싸고 있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후 수많은 외교적 합의 끝에 중국 어선은 에콰도르 해안에서 200해리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EEZ) 밖 공해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공해에서 조업하는 어선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불법 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섬 관리소 측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섬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300만 톤이 수거됐다. 수거된 플라스틱은 에콰도르에서 600마일(약 965km) 떨어진 과야킬로 운송돼 재활용되거나 매립된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3개의 큰 섬과 무수한 작은 섬으로 이뤄져있어, 이사벨라, 플로레아나, 산크라스토발, 산타크루즈섬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접근이 어렵고 비용이 커 정화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섬에 도착해 해변을 청소하고 돌아오는 데는 최대 15일이 걸릴 수 있다. 5월부터 11월까지는 기상 조건도 악화해 활동이 어려워진다.

로발리노 관리자는 매우 고된 일이지만 "우리가 치우지 않으면, 플라스틱은 섬유질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대기나 바다로 유입된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화학물질로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섭취시 해양 생물과 인간에게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197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 개의 거대 해류 사이에 위치해있어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이 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훔볼트 해류는 칠레와 페루 해안을 따라 남극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을 섬으로 실어나른다. 문제는 이 해류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실려온다는 것이다.

산타크루즈섬 소재 찰스다윈재단의 해양생태학자인 니콜라스 모이티는 3년 전 섬의 성게를 조사한 결과 75%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세플라스틱은 동물성 플랑크톤에서 더 큰 동물까지 모든 것에 의해 섭취되지만 우리는 그 영향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에콰도르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고자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세네갈, 페루, 르완다 등도 유엔에 협정 체결을 요청했다. 관련 회담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목표는 2024년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2025년에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기후/환경

+

美 뉴잉글랜드 2.5℃까지 상승...온난화 속도 2배 빠르다

미국 북동부 지역 뉴잉글랜드주가 산업화 이전대비 평균기온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구에서 두번째로 기온 상승속도가 빠른 것이다.4

호주 AI데이터센터 난립에..."마실 물도 부족해질 것"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급증하면서 호주가 물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챗GPT'를 운영하는 미국의 오픈AI를 비롯

희토류 독식하는 美국방부..."군사장비 아닌 탈탄소화에 쓰여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희토류가 군사기술 개발에 사용되면서 기후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

'아프리카펭귄' 멸종 직면...먹이부족에 8년새 '95% 급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이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5일(현지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

기습폭설에 '빙판길'...서울 발빠른 대처, 경기 '늑장 대처'

지난 4일 오후 6시 퇴근길에 딱 맞춰 쏟아지기 시작한 폭설의 여파는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밤샘 제설작업으

[주말날씨] 중부지방 또 비나 눈...동해안은 건조하고 강풍

폭설과 강추위가 지나고 오는 주말에는 온화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 포근하겠다. 다만 겨울에 접어든 12월인만큼 아침 기온은 0℃ 안팎에 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