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경영권 일본으로 넘기나?...네이버의 첫 공식입장에 담긴 의미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0 17: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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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본사 (사진=연합뉴스)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하겠다."

'라인야후' 개인정보유출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로부터 경영권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네이버가 사태 이후 첫 공식입장에서 10일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에서 "네이버는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안(라인야후)에 대해서도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권을 쥐고 있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매각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라인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인은 과거 네이버 일본법인 NHN재팬이 개발해 지난 2011년 출시한 메신저로 결제(페이)와 웹툰,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라인 글로벌 누적 이용자 10억명에 달하는데 일본에서 월간이용자 수(MAU)만 96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될 정도로 일본의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았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일본의 국민포털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던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하고 2021년 합작사인 'A홀딩스'를 설립했다. A홀딩스는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 등을 서비스하는 상장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다. 당시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기술 개발권은 네이버가 맡아 각각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약 51만9000건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와 일부 내부시스템을 공유하던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올 3월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1차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 이용자 가운데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라인야후가 네이버클라우드에 의존해 사이버 보안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4월 1일 라인야후는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와의 시스템 분리를 오는 2026년까지 마치겠다는 내용의 재발방지책 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네이버와 공통 이용중이던 서버, 네트워크, 인증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분리, 네이버클라우드와 보안운영센터 계약해지, 해킹의 원인이 된 네이버클라우드 하청기업과 계약해지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일본 총무성이 재발방지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오는 7월 1일까지 더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도록 2차 행정지도를 내렸다. 특히 '자본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을 강조했다. 네이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인 셈이다.

그러자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의 라인 지분정리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회에서 네이버와의 기술적 협력관계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하도록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요청중이라 밝혔다. 또 이날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던 네이버 출신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상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건도 의결돼 라인야후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졌다.

다음날인 9일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도 "라인야후 요청에 따라 보안 지배 구조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의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현시점에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앞으로 보고할 일이 생기면 신속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압박에 대해 네이버는 회사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0일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도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중요한 결정들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시가총액 약 25조원 중 32.7%(약 8조3000억원)를 보유중인 만큼,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한다면 인공지능(AI) 등 여러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지분매각으로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단독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라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지적재산(IP), 커뮤니티 서비스 등 글로벌 사업에 비상이 걸린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에서도 1억명가량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13년 간 키워놓고 일본에 넘겨주는 게 말이 되냐",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을 탄압하는 꼴", "어느 정부가 대놓고 기업에 지분 매각을 명령하냐" 등 지분매각에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부도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떠한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내용을 철저히 공유하고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공동 대응하겠다"고 덧붙이면서 필요할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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