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세미나] 플라스틱 순환경제 해법은?..."금융·규제로 재생원료 시장 열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9 0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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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총회 앞두고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녹색금융의 역할' 짚어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녹색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녹색금융&ESG세미나'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국내 플라스틱 산업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했다. ©newstree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손실과 더불어 환경오염까지 이른바 '트리플 지구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를 유발하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규제를 통해 폐기물 관리 인프라를 조성하고,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적용한 제품들이 산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과 지속가능경영연구소 주최, 뉴스트리와 SDG연구소 주관으로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녹색금융의 역할' 주제로 열린 '녹색금융&ESG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가져올 산업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려면 하루빨리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하고, 재활용 소재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남두우 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는 개회사에서 "플라스틱 생산감축 및 생애 전주기 관리와 강제성을 근간으로 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5차 회의가 열린다"면서 "현재 4차까지 회의가 진행됐고 마지막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더욱 뜻깊다"고 행사 개최 의미를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순환경제 투자가 빠르게 확산중"

김종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SDG연구소장은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녹색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순환경제 관련 주식투자 펀드는 2019년말 3억달러에서 2021년말 95억달러로 28배 증가했다"면서 "플라스틱 오염은 결국 기업과 사회의 비용을 높이고 경쟁력을 약화하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테스코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 음식물 폐기물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의 BNP파리바 지원으로 2020년 25억파운드의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을 받았다"며 "탄소 및 폐기물 저감성과를 이자율과 연동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 김 교수는 "블랙록은 자원순환 주식형 펀드를 출시해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사용을 약속한 아디다스 등 순환경제 전환에 성공한 기업 위주로 투자했고, 로레알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의 50%를 재생원료로 사용할 것을 전제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하기도 했다"면서 "그만큼 순환경제를 위한 금융상품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규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김종대 교수는 "공시 의무화를 통해 기업의 정보를 이끌어내고 기업의 원활한 전환을 촉진시키려면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과 규제기관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커플링 이슈(Coupling Issue)는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본부장, 이아선 인하대 연구원, 이명화 아모레 부장, 윤미경 뉴스트리 대표, 석혜주 CJ제일제당 스페셜리스트, 김종대 인하대 교수, 강홍윤 인하대 교수, 황남경 환경부 총괄서기관, 권오정 ABC 팀리더, 최용근 SDG연구소 대표 ©newstree

◇"플라스틱 순환경제 '규제·자금조달'에 달렸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다수 석유화학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 설비 등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자금조달, 원료수급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포장재를 개발하려고 해도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남경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총괄서기관은 "양질의 재활용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기반 선별시설 자동화를 지원하고, 열분해 원료공급을 위해 2026년까지 폐비닐 전문 선별설비를 확충하고 있다"며 "재활용지원금 체계를 개편해 소각되는 재활용 원료를 고품질의 물질·화학적 재활용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료 생산자에게만 부담하는 재생원료 의무율도 제품 생산자에게까지 부과하는 목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외 환경부는 재생원료 대체재 시장 육성을 위해 지난 2022년 2465억원 규모로 조성된 '환경산업펀드'를 활용해 플라스틱 재활용·에너지화 등 자원순환 분야 우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테크 기업 ABC의 권오정 지속가능혁신팀리더는 플라스틱 수거활동이나 재활용 처리 실적을 보상받는 플라스틱 크레딧을 소개했다. 권오정 리더는 "퓨 자선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1000억달러로, 현재 노력을 유지했을 때 조달할 수 있는 예산은 60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400억달러라는 격차를 메우기 위한 펀딩을 플라스틱 크레딧이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 재생원료 품질기준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페트(PET) 재생원료의 소재화를 위한 산업규격을 제시한 수퍼빈은 국제적인 산업규격에 맞는 페트(PET) 재생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산업규격이 만들어지려면 꾸준히 원료가 공급돼야 한다"면서 기존 선형경제에서 폐기를 목적으로 한 재활용과 달리 순환경제에서는 양질의 재생원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순환경제 재생원료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투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순환경제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인프라에 투자해 원료가 꾸준히 공급되도록 하고, 수거비용을 줄여 생산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센터 부장은 아모레퍼시픽의 '4R 전략'(Reduce, Reuse, Recycle, Return)을 소개하면서 "4R 전략을 통해 재활용·바이오 플라스틱 사용비율 23.8%를 달성했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100% 재활용·재사용·퇴비화, 재활용·바이오플라스틱 30%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뷰티업계 최초로 헤어제품 12종에 100% 재활용 PET를 적용하고 있는 아로마티카는 지속가능한 패키징뿐만 아니라 직접 수거까지 하면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의 김세령 ESG팀장은 "펌프를 원터치 캡으로 바꾸고 유색 용기를 투명 용기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라벨을 물에 잘 분리되는 소재로 전환하면서 재활용을 용이하게 만들었다"면서 "유리용기는 폐유리 90%를 사용하는 등 소재의 단일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키징을 실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J제일제당 ESG센터의 석혜주 환경전략팀 스페셜리스트는 "햇반용기는 95% 이상이 PP 소재이고 산소차단필름(EVOH)이 5% 미만으로 혼합돼 있지만 재활용 분류는 'Other'로 돼 있다"면서 "통상 Other는 재활용이 안되지만 햇반은 별도수거를 통해 100% 재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PP 소재에 대한 식품용기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햇반용기 재생원료는 햇반용기로 다시 사용하지 못하고 현재 생활용품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윤 인하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우리의 과제' 주제의 패널토론 장면. 왼쪽부터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 황남경 환경부 총괄서기관, 강홍윤 교수, 김정빈 수퍼빈 대표, 권오정 ABC 팀리더 ©newstree

◇ "부족한 재생원료···국제규격화가 급선무"

강홍윤 인하대 교수의 사회로 이어진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플라스틱이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고 규제하면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면서 "전지구적 관점에서 소재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려지는 폐기물 문제 등에 따른 오염이 더 많기 때문에 소재 차원에서 규제보다 체계화된 관리를 세우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프라이머리 합성수지 외에 정교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합성소재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PP, PE 등 주로 사용하는 소재가 규제 대상"이라며 "EPR제도나 프라이머리 플라스틱에 대한 총 생산량을 어떻게 감축할 것이냐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원료의 국제 규격화하는 움직임을 유럽이 끌고 가고 있는데 유럽의 EPR과 한국 EPR이 다르게 되면 여기서 나오는 간극에 곤혹을 당할 수 있다"며 "정부와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권오정 ABC 팀리더는 "플라스틱 크레딧을 들고 기업을 만나봤을 때, 탄소배출권과 반응이 비슷하다"며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를 하는 곳도 있는데 실제로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자본의 공백들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에 맞춰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남경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총괄서기관은 "탈플라스틱이라고 해도 당장 플라스틱을 전부 없애 나무나 철로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지금까지 환경부 자원순환국은 버려진 폐기물에 대한 관리와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업무가 주였다면 이제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돌리기 위해 기업이 충분히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쪽으로 업무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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