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만 전기요금 차등제?..."한전 배불리려 재생에너지 희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9-02 16:20:14
  • -
  • +
  • 인쇄
도매가 하락 재생E 年2500억 손해 예측
IDC·공장 등 전력수요 이전도 고려해야
▲2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산전원 확대를 위한 바람직한 지역별요금제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newstree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되는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가 소매요금을 제외한 도매요금에만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이익이 한전 적자를 보전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이 2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정진욱(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개최한 '분산전원 확대를 위한 바람직한 지역별요금제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김명룡 부회장은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가 도매요금에만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한국전력공사만 최대 이익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는 올 6월부터 시행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전력 자급률이 100%를 넘는 지역은 전기요금이 내려가고, 100%가 안되는 지역은 전기요금이 오른다. 현재 자급률이 100% 미만인 지역은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사용하는데도 전기요금은 동일했다. 

정부는 이같은 전력수요 비대칭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제'를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력사용량은 많으면서 발전소는 거의 없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끌어다쓰는 서울과 수도권은 전기요금이 오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이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해 계통여유를 확보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도 합리적인 요금구조를 가진 전력시장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도매시장에만 적용했을 경우에 이같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발전사업자들을 골라서 낙찰하면서 실속을 챙기고,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명룡 부회장은 "도매시장에만 차등요금이 적용될 경우 비수도권 전력도매요금은 현재보다 1킬로와트시(kWh)당 10원 하락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비수도권 민간 태양광·풍력·가스발전기 수익은 연간 1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1조원 감소액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기 감소액이 2500억으로 25%에 이른다. 한전의 발전자회사인 석탄화력과 원자력도 3조5000억원이 감소하지만, 이들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소매요금은 전국이 동일요금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비수도권 소비자의 혜택도 없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이탈리아도 1999년 7개 광역별 도매전력 입찰시장을 운영하면서 소매가격은 전국단일가격으로 판매했다"며 "그 결과, 남부지역과 북부지역의 가격차는 계속 벌어졌고, 소비자 후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자 이탈리아는 결국 2021년 전국단일가격 폐지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후 유럽 최저 수준이던 이탈리아 재생에너지 시장은 투자가 몰리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요금차등제를 도입하기전에 데이터센터(IDC)와 반도체 공장 등 전력수요를 비수도권에 매칭시키는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태양광 발전설비는 전남지역에 696메가와트(MW), 전북은 556MW, 경북은 511MW가 구축됐지만 서울과 5대 광역시는 모두 합쳐서 10~47MW만 구축되는데 그쳤다. 땅값이 비싸고 인구밀도도 높은 지역일수록 부지 확보가 어렵다보니,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GS EPS 황태규 상무는 "전력수요가 많은 시설을 비수도권으로 배치하는 논의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2030년까지 78% 보급한다더니...올해 저메탄사료 보급률 2%

정부가 2030년까지 전국 가축의 78%에 '저메탄사료'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보급률은 2% 남짓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계획만 세우고 실

“1.5℃ 목표 상실은 도덕적 실패”… 유엔 총장, COP30 앞두고 행동촉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막을 앞두고 "지구온난화 1.5℃ 목표를 놓친 것은 인류의 도덕적

지구 1.42℃ 높아졌다...올해 두번째 혹은 세번째 뜨거운 해

올해는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뜨거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세계기상기구(WMO)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

[주말날씨] 20℃ 안팎 '포근'...비온 뒤 '쌀쌀'

이번 주말은 날씨가 온화한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8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낮부터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되겠다. 비는 늦은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