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대규모 산사태와 쓰나미...9일간 지구 흔들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3 11: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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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발생 전인 2023년 8월(왼쪽)과 발생 후인 9월 그린란드 피요르드에서 촬영한 산봉우리 모습. 아래쪽 빙하가 녹으면서 산봉우리(노란색 점선 부분)가 무너져 내리는 산사태가 발생, 피요르드에서 110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쓰나미 충격은 전세계에서 9일동안 지진 신호로 관측됐다. (사진=연합뉴스/Søren Rysgaard, Danish Army)

지난해 9월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일어난 대규모 산사태 쓰나미가 지구 전체에 9일간 지진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GEUS) 크리스티안 스벤네비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지난해 9월 포착된 매우 긴 주기(VLP)의 지진 신호와 그린란드 주변에서 당시 관측된 산사태-쓰나미를 재구성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물의 진동이 지각을 따라 며칠동안 전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게 처음 확인된 것"이라며 "이는 기후변화와 빙하 불안정화, 물의 이동, 지각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9월 16일부터 9일동안 전세계에서 매우 긴 주기(VLP)의 지진 신호가 관측되면서 시작됐다. 그린란드 동부에서 발생한 주파수 10.88밀리헤르츠(mHZ. 92초 주기)의 기원을 알 수 없는 이 지진 신호에는 '미확인 지진 물체'(USO)라는 별명을 붙었다.

지진 신호 관측 후 덴마크 당국에는 그린란드 북동쪽 나녹(Nanok)과 엘라섬(Ella Ø) 연구기지 근처 피요르드에서 대형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이후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15개국, 40개 기관, 과학자 68명이 참여하는 연구그룹이 구성돼 지진계와 초음파 데이터, 현장 측정, 지상·위성 이미지, 쓰나미 파도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지진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직접 관측되지는 않았지만 산 아래 빙하가 녹으면서 1200m 높이의 산봉우리가 딕슨 피요르드(Dick Fjord)로 무너져 내리며 물기둥이 200m까지 치솟고 최대 110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10㎞의 피요르드를 가로지르는 이 쓰나미가 몇 분만에 높이 7m로, 며칠 후에는 몇 cm로 줄었을 것이라며, 모델실험 결과 피요르드의 물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 9일동안 계속 앞뒤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산사태로 피요르드로 무너져 내린 암석과 얼음의 양은 올림픽 수영 경기장 1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인 2500만㎥에 달한다.

연구팀은 이어 "그린란드 동부에서 이런 규모의 산사태와 쓰나미 발생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며 "산사태가 일어난 것은 산기슭의 빙하가 얇아져 그 위의 암벽을 지탱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벤네비 박사는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그린란드 동부에도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전에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을 감시하고 대규모 산사태와 쓰나미 발생에 대한 조기경보를 제공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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