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느릿느릿’ 탄소감축...빛바랜 '파리협약'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5-01-14 08:00:02
  • -
  • +
  • 인쇄

글로벌 음료기업인 코카콜라는 지난 2019년에 가치사슬을 포함한 전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5%(2015년 대비) 줄이기로 확정했었다. ESG 미디어인 트렐리스 보도를 보면 코카콜라는 최근에 이 목표를 고쳐 탄소감축 시한을 2035년으로 늦췄다. 또 일부 자회사의 배출량을 목표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MSCI는 이를 감안할 경우 코카콜라의 탄소감축 수준은 지구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2.3℃ 상승시키는 궤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억제선인 1.5℃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기업을 포함해 각 부분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소감축 활동이 1.5℃ 억제 목표를 지키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각국의 미진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고려하면 파리기후협약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지구 기온이 최대 3.1℃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개 주요 국가(G20)는 NDC조차 지키지 못해 2030년까지 배출량이 NDC를 1기가톤이나 초과할 것이라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NDC 목표치라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UNEP는 지구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두려면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42%의 탄소 배출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발등의 불로 떨어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가계,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지만 역시 기업의 책임이 제일 크다. 절반 이상의 탄소가 기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카콜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탄소감축이 1.5℃ 목표를 지키는 데 크게 미흡하다는 데 있다. 액센츄어 분석을 보면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목표를 정한 비율은 37%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자체 생산활동과 에너지 사용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스코프1과 스코프2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불과 16%다. 45%의 기업은 오히려 배출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2030년 이후의 장기적인 감축계획을 제시한 기업은 절반 정도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도 말만 요란할 뿐 실적은 초라하다. 탄소정보공개정보프로젝트(CDP)는 936개 조사대상 기업 중 10%만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으며, 50%의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MSCI는 '넷제로 트래커'라는 보고서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16개국 상장사들의 탄소감축 활동이 지구 기온을 2.8℃나 올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대로 1.5℃ 목표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11%에 불과하다. 심지어 24% 기업은 지구 기온을 3.2℃ 끌어올리는 궤도에 진입해 있을 정도다. 상황은 선진국일수록 더 좋지 않다. 예컨대 중국과 인도는 배출 감축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거꾸로 배출 감소폭이 2016년~2020년의 3.7%에서 2023년~2030년에는 1.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이슈는 1.5℃를 지키기 위한 탄소예산이 2026년 11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 시기를 넘어서서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 기온을 1.5℃ 이상으로 올리는 주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 6위인 만큼 상황이 지금까지 얘기한 글로벌 추세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기업이 920개 상장사 중 13.7%인 126개(2023년 7월 기준)에 그치고 있으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가치사슬 전반의 탄소 배출인 스코프 3를 공시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 및 사용도 다른 나라보다 부진하다. 실제로 42.7%의 기업이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응답한 것으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74.2%의 기업은 탄소중립이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거나 업종의 존속에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지구공동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다. 지구 기온의 상승을 방치할 경우 재난 및 멸종 동식물 증가 등으로 인류 생존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다. 또 그만큼 경제와 기업 경영의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탄소 감축에 대한 국제적 압박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업종의 생존을 위해 고탄소 산업구조를 용인하기보다는 인류 생존을 위한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란 말이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탄소감축은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게 아니라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BCG는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통해 7% 이상의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효율성 개선, 폐기물 감소, 생산 합리화 등이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 경로다.

현재 세계 각국은 당초 목표대로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완화해 나갈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전 지구적 위기를 해소해가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 최남수서정대 교수 nschoi@seojeong.ac.kr  다른기사보기
  • 현 서정대 교수/더이에스지연구원장/전 YTN 대표/ 전 MTN 대표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