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예산 삭감하고 저수지는 '텅'...LA산불은 人災였나?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6 19:03:27
  • -
  • +
  • 인쇄
▲소방국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받고 있는 카렌 배스 LA시장 (사진=EPA 연합뉴스)

'LA 산불'이 9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불을 키운 것은 기후변화였지만 피해를 키운 것은 로스앤젤레스(LA) 당국의 부족한 기후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산불 빈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방국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재해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렌 배스 LA 시장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사용해야 할 저수지는 물이 빠져 있는 상태였고, 일부 소화전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 인프라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자, 산불 발생 직전 소방국 예산을 삭감한 배스 시장은 뭇매를 맞고 있다. LA 당국 기록에 따르면 배스 시장은 지난해 4월 세수 감소와 비용 증가를 이유로 LA소방국 예산을 삭감할 것을 제안했고 시의회가 이를 승인했다. 이에 소방국 예산은 1760만달러(약 256억3000만원) 줄었다.

배스 시장은 예산 책정이 소방국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지역 소방관들은 체계적인 자금 부족과 최근 예산 삭감으로 인해 산불과 같은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소방서의 능력이 저하됐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틴 크로울리 LA소방국장은 "시 지도부가 소방대의 일반직 직원을 전면 해고해 소방차와 진화용 헬기 정비가 지연됐다"며 "이러한 예산 삭감이 급여 및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심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재 배스 시장의 해임 청원에는 14만명의 시민들이 서명했다.

▲보수 공사로 인해 수개월 전부터 물이 사라진 상태였던 산타이네즈 저수지 (사진=X 캡처)

LA가 속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고온건조한 기후특성상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캘리포니아주 산림방화국(CAL FIRE)에 따르면 매년 6000~9000회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산불이 발생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고, 겨울에 비가 집중되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되기전에 진압이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패턴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23년 겨울에는 '대기의 강' 현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그해 여름 식물이 무성하게 자랐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으면서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은 오랜 가뭄에 바싹 말라 이번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극한폭우'와 '극한가뭄'이 해마다 교차하는 '기후채찍'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에 '기후채찍'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 산불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10건 가운데 7건이 최근 10년 이내에 발생했다. 지난 2020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노스컴플렉스 산불로 1300㎢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이번 LA 산불의 피해규모를 키운 것 역시 겨울철까지 이어진 가뭄과 덥고 건조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더운 날이 많아지고, 가뭄이 길어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등의 기후변화가 5~10월에만 발생하던 캘리포니아 산불을 1년 내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캘리포니아 기후패턴이 바뀌고 있는데도 당국이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타이네즈 저수지에 물이 가득차 있었다고 해도 워낙 지대가 낮아서 산불이 발생한 고지대로 물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또 캘리포니아 주택마다 설치된 소화전과 수도는 대부분 구조물 화재용일뿐 대형 화재에 대비해 설계된 소방 인프라는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빈도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이 제대로 된 기후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같은 참사로 벌어진 것이다. 지난 4월 LA카운티는 지역 숲 관리 계획을 발표했는데 '환경 정의'를 중심으로 생태계 다양성 유지에 대한 내용은 가득했고 산불 위험 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국립에너지분석센터 조나단 레서 선임연구원은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캘리포니아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말라죽은 나무와 덤불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산불이 악화될 조건을 만들었다"면서 "친환경에 집중하느라 소홀해진 캘리포니아의 산불 예방 노력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LA 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서울 여의도의 35배에 이르는 면적을 태우면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총 피해규모는 2500~2750억달러(약 366조~402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유골로 '인공 산호초' 조성...탄소도 줄이고 장례문제도 해결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유골로 인공 산호초(암초)를 만드는 신개념 장례방식이 영국에서 등장했다.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골로 암초를 제작해

남아공 겨울인데 물난리...어린이 태운 버스에서 시신 발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홍수로 다리를 건너던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4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폭우와 눈으로 남아프

제주 '장맛비' 시작...본격적인 장마는 언제부터?

12일 제주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13~14일 전국에도 내리지만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선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본격적인 장마는 19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동해...난류어종 방어·전갱이 급증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오르면서 방어·전갱이 등 난류성 어종이 급증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안에서 정치망으로 잡은 어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