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과대포장' 꼼짝마!...설 앞둔 단속현장 동행해보니

손민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4 08:00:03
  • -
  • +
  • 인쇄
합동점검단 이마트 용산점에 점검나서
포장기준 어긴 제품에 대해 명령장 발송
▲22일 오후 3시 과대포장 단속을 위해 이마트 용산점에 모인 서울시 합동점검단 ©newstree


미세먼지로 도심 하늘이 희뿌옇던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매장 한편에는 설 선물세트가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참치캔, 화장품, 완구류, 주류 등 온갖 종류의 선물세트들이 형형색색 화려한 포장으로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이 매장에 '불필요한 포장재 함께 줄여요'라는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서울특별시와 용산구청,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이다. 이들은 이날 과대포장을 점검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명절에 앞서 매번 이같은 단속을 실시하는 이들을 기자도 이날 동행해 봤다.

점검단은 가장 먼저 '가공식품' 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들은 진열된 상품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봤다. 합동점검단의 이정호 한국환경공단 환경포장관리부 과장은 한 커피브랜드 제품을 손에 들어보이며 "이건 단속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이 과장은 준비해온 쇠자를 꺼내더니 선물세트 포장의 크기를 쟀다. 추가 구성품이 포함돼 있는 종합선물세트인데 포장이 과해 보여 단속에 딱 걸린 것이다. 용산구청 오현정 주무관은 '포장검사 명령서'에 해당 제품의 크기와 세부조건을 작성했다. 

이 명령서에는 '명령사항, 세부조건, 포장규격' 등의 항목들이 적혀있다. 과대포장 단속대상이 된 제품들에 대해 포장규격과 세부조건들을 자세히 기입한 명령서는 해당기업으로 보내진다. 이 명령서를 받은 업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9조제3항에 따라 기한 내에 검사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빼곡하게 진열돼 있는 주류 선물세트들 ©newstree


단속대상이 되는 과대포장의 기준은 종합선물세트인 경우는 포장공간 비율이 구성품의 25%를 넘는 경우다. 제과류와 신변잡화류, 완구 등 제품의 종류에 따라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포장공간의 비율이 20~35%를 넘으면 안된다. 가공식품과 음료, 주류 등은 10~15%다. 또 제품 포장을 2번 초과하면 '과대포장'으로 단속된다.  

점검단은 서둘러 다음 코너로 이동했다. 함께 이동하는 와중에 기자의 눈에 화려하고 커다란 선물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점검단은 이 선물세트들을 그냥 지나쳤다. 포장이 과해보여 단속대상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치길래 기자는 대뜸 "왜 점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정호 과장은 "미리 검사성적서를 제출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 코너에 도착한 점검단은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더니 "화장품 제품 밑에는 종이 포장이거나 텅 빈 공간인가요?"라고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밑에 솜이 깔려있다"면서 "제품 밑에는 해당 화장품과 같이 쓸 수 있는 화장솜들이 깔려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정호 과장은 "포장공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이런 식으로 추가 구성품을 제품에 포함시켜 판매하고 있다"고 말하며 선물세트 포장의 크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과대포장 단속기준에 따르면 '인체 및 두발 세정용 제품류'의 경우 포장공간 비율이 15% 이하여야 하는데 해당 제품이 이를 준수했는지 정확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과대포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로 측정하는 모습(좌)과 규격에 맞게 포장된 완구제품 ©newstree


점검단은 마지막으로 머문 '완구류' 코너에서 비교적 오랜시간 꼼꼼히 점검했다. 과대포장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제품들이 완구류와 주류들이기 때문이다. 이정호 과장은 "완구류의 경우는 점검 과정에서 단속에 많이 걸린다"면서 "단속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한 제품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완구류 선물세트는 주로 어린이용이기 때문에 포장은 특히 크고 화려한 편이다. 이에 완구류 업체들은 구성품에 비해 포장을 훨씬 크게 만들어 과대포장으로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포장을 구성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잡아내기 힘들다고 한다. 단속하는 입장에서는 점검하는 과정이 무척 어렵고 애매할 수 있다. 

이날 과대포장으로 합동점검단에 걸린 설 선물세트는 대략 6개 정도다. 용산구청 자원순환팀 오현정 주문관은 "통상 과대포장을 단속하면 7~8건 넘게 적발되는데 오늘은 적은 편"이라며 "예전과 비교하면 명령서 발송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정호 과장도 "매년 과대포장을 조사하고 있는데 적발건수가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커지고 기업들도 ESG경영 흐름에 맞춰 포장재를 줄이거나 친환경 포장재도 대체하려는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기후/환경

+

탄소 흡수해주는 조간대…훼손되면 '탄소배출원'으로 둔갑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하구 생태계는 탄소흡수 역할을 하는 지대지만 환경이 훼손되면 기후변화에 훨씬 취약해져 탄소배출원으로 탈바꿈할 수

파리협약 10년...전세계 재생에너지 15% 성장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지진에 폭설까지...日 홋카이도 80cm 눈폭탄에 '마비'

최근 연일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 바로 윗쪽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눈폭탄'으로 도시가 마비되고 있다.일본 NHK에 따르면 15일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제주에 100MW 해상풍력단지 준공…주민이 4.7% 투자

100메가와트(㎿) 규모의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제주 한림에 준공했다.한국전력공사와 한국중부발전, 한전기술 등은 제주 한림읍 수원리 해상

항공기 이·착륙시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2배로 '급증'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시테대학 연구팀은 파리의 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