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C·롯데케미칼에 이어 SK지오센트릭도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짓는 것을 무기한 연기했다. LG화학만 예정대로 오는 6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서 건설중이던 연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한 '재활용종합클러스터'(ARC, Advanced Recycling Cluster) 공장준공을 지난 3월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 착공한 울산 ARC는 축구장 22개 크기로,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설로 주목을 받았다. 착공할 당시에는 올해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업황 부진 등을 이유로 사업성 재검토에 들어갔고, 그 결과 준공이 무기한 연기됐다. SK지오센트릭은 프랑스 북동부 생타볼 지역에 2027년 준공할 예정이었던 연산 7만톤 규모 재활용 공장 추진도 중단했다.
2020년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던 SKC도 지난해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SKC는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 울산공장 부지 내 파일럿 설비 구축을 계획했으나,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프로젝트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설립한 열분해유 연구개발 법인 '올뉴원'도 청산 진행중이다.
앞서 롯데케미칼도 약 1000억원을 들여 울산2공장 내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해중합 설비와 연산 11만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 생산공장에 대한 완공시기를 2024년에서 2027년으로 3년 미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친환경 기조를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업황과 여러 조건들을 검토해보며 시기를 조절하는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공장 건설을 하염없이 미루고 있다. GS칼텍스는 열분해유 생산공장 건설을 목표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여수공장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2021년부터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이 실증사업만 5년째 하고 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공장건설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LG화학은 예정대로 올 6월에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과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착공했던 이 공장은 당초 지난해말 완공해 올초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늦어졌다. 다른 석유화학업체와 달리 LG화학이 악조건에도 공장 완공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진이 재활용 등 친환경사업이 개화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25년 상반기 내 공장을 완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석유화학업체들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열분해유 사업이 이처럼 주춤하게 된 것은 업계 불황과 글로벌 정세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글로벌 ESG 정책에 대한 동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석연료 중심으로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전세계적으로 재활용 시장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판로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껏 생산했는데 판로가 마땅하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는 것이다"며 "정부 정책과 규제 없이는 이 사업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되면서 자금이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화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시장 단가가 급락하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44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 화학사업에서만 1143억원의 적자가 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ESG와 탈탄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정책기조가 확실해지면 멈췄던 사업들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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