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대서양이 잠잠하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은 6월부터 시작되는데 올해는 6월이 3주나 흘렀는데도 아직 첫번째 허리케인도 발생하지 않았다. 바닷물 온도가 낮고, 사하라 먼지 바람이 태풍 형성을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6월 셋째주에 "앞으로 수일간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최근 20년동안 올해처럼 6월 20일 이후에도 태풍이 없었던 해는 단 세번뿐이었다.
허리케인은 해수면 온도가 섭씨 26.6℃ 이상일 때 발달하기 쉽다. 그런데 올해 대서양 해역의 수온은 지난해보다 낮은 편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소속 제이슨 듄리언 연구원은 "아직 해수면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먼지도 허리케인 발달을 억제하고 있다.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층이 형성돼 구름과 뇌우 생성을 막고, 강한 제트기류는 열대성 저기압을 쉽게 찢어놓는다. NOAA는 약 4000km에 달하는 먼지 구름이 카리브해까지 확산돼 대서양 대부분 지역의 허리케인 환경을 비우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억제 요인으로 갑작스럽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는 난기류인 급변풍(윈드시어)가 꼽힌다. 고도에 따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달라지면 허리케인이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산되기 쉽다. 콜로라도주립대 허리케인 전문가 필 클로츠바크 박사는 "걸프만 일대에서 강한 윈드시어가 허리케인 생성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상 요인들이 겹치며 6월 내내 대서양에서 허리케인이 1건도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허리케인은 8~10월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늦게 시작된다고 위험요소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서 큰 피해를 입히는 허리케인 대부분은 8월 이후 발생한 것들이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허리케인 활동이 예년보다 늦게 시작됐지만, 전체 기간동안 조용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NOAA와 콜로라도주립대는 여전히 13~19건의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7월과 8월의 기상조건 변화에 따라 전망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대서양과 달리 동태평양에서는 올들어 다섯번이나 열대폭풍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2개가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지난 20일 멕시코 서부 해안을 강타해 쑥대밭을 만들었던 '에릭'이 그 두번째 허리케인이었다. '에릭'은 시속 200km의 속도와 강풍으로 해안에 상륙하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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