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종이처럼 휘는 빛 감지 센서를 개발했다. 유연하지만 기존보다 더 밝고, 빠르고, 정밀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옷에 붙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스마트기기에 장착할 수 있다.
김동환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얇은 실리콘 막에 수소를 정교하게 넣는 방식으로 '비정질 실리콘(a-Si:H) 기반 유연 광검출기(FPD)'를 개발해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
기존 수소를 활용한 센서들은 수소 구조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려워 결함이 많고, 전기가 느리게 흐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수소 센서는 수소 주입 방식을 바꾸면서 이같은 문제를 극복했다.
연구진은 수소 구조를 여러가지로 조합해 센서 성능을 최적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센서는 기존 비정질 실리콘 센서에 비해 결함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줄었고, 빛을 훨씬 더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전기가 흐르는 속도는 1.2cm²/V·s로, 일반적인 비정질 실리콘 센서보다 3배 가까이 빠르다. 밝기는 2만9000니트(nit)에 달해, 스마트폰 화면 밝기의 5배 수준이다.
센서를 구부리거나 여러 번 접었다 펴는 유연성 실험에서도 성능은 거의 유지됐다. 반지름 5mm 크기로 센서를 1000번 반복해서 구부린 뒤에도 전기적 특성은 초기 대비 96% 이상 유지됐고, 밝기나 반응 속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일상적인 사용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센서는 손목에 차는 건강 측정기기, 접는 스마트폰, 옷에 붙이는 센서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 빛의 강약을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해 심장박동이나 피부색 변화를 체크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연구진의 실험에서 증명됐다.
무엇보다도 이 센서는 생산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크다. 20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제작할 수 있어 고온 공정이 필요한 기존 센서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고, 대량 생산에도 유리하다. 또 기판으로 유리나 금속 대신 페트(PET)같은 값싸고 휘어지는 플라스틱 재질을 쓸 수 있어, 유연한 기기에 쉽게 적용된다.
김동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휘어지는 센서를 만들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성능과 생산성을 함께 만족시킨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6월 2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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