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시절에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추는 근거로 삼았던 당시 산업연구원의 2024년 배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엉터리 전망을 근거로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이 수립되는 실수가 되풀이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30일 기후환경단체 플랜 1.5는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근거가 됐던 산업연구원 보고서의 배출량 전망을 실제 통계인 '배출권거래제 업종별 배출량(2022~2024)'과 비교해보니, 산업연구원의 '산업 부분 4.5% 배출량 증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감축 목표를 늘려도 시원찮은 판에 이를 더 낮춰서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산업 부문 배출량 감축 목표를 낮춘 이유는 산업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산업의 성장 추이가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2030년 산업 부문 배출량을 약 2억8600만톤으로 전망하면서 현실가능성, 감축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고려할 때 최종 목표 배출량은 2억3700만톤"으로 추정했다.
이에 플랜1.5가 국회 이용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6대 다배출 업종(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반도체·디스플레이)의 2022~2024년 배출량 통계와 당시 산업연구원의 해당기간 배출량 전망을 비교해보니 '산업 부문이 아무리 감축해도 배출량이 4.5% 증가할 것'이라는 산업연구원의 전망과 달리 실제 배출량은 오히려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차이는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해당 업종에 대해 각각 2.7%, 5.3%, 24.4%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배출량은 각각 10.5%, 6.8%, 3.8% 감축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철강 업종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2023년 이후 조강 수요 회복으로 완만히 성장할 것"이라고 근거도 없는 전망을 제시했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철강 업종이 지속된 공급과잉으로 생산설비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같은 전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시멘트 업종에 대해서도 "국내 수요는 감소하지만 수출이 늘어 2030년까지 생산량이 4.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019년 수출 비중이 25%였던 시멘트는 2023년 5%로 추락했다. 정유업종도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2030년 석유 수요가 2019년 대비 25%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멋대로 2%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스플레이는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불소계 가스를 최대 99%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됐음에도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전망치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디스플레이 분야 2024년 배출량이 2022년 대비 23.4% 증가할 것이라는 엉터리 전망을 내놨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기술을 이용해 불소계 가스를 97.4% 감축했고, 2024년 디스플레이 분야 탄소배출량은 2022년보다 3.8% 줄었다.
플랜1.5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산업연구원의 엉터리 전망은 대참사 수준"이라며 "배출권거래제 총량이 탄소중립기본계획과 연동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배출 기업들에 대한 배출 면죄부를 주고 산업 전환을 후퇴시키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2035년 감축목표 설정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