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알보르동물원이 맹수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반려동물 기증을 받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원은 3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삶의 끝자락에 있는 반려동물을 기증해달라"며 기증받은 기니피그, 토끼, 닭, 소형말 등의 반려동물을 '자연스럽게 안락사시킨 뒤' 유럽스라소니, 사자, 호랑이 등 맹수류에게 먹이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보르동물원 웹사이트는 "이 과정은 자연적 행동 유도, 영양 공급,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라며 "먹잇감 전체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자연 먹이사슬을 모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원은 사육용 말 기증 절차까지 안내했다. 동물원은 "기증받은 말은 반드시 생존한 상태로 동물원에 도착해야 하며, 최근 치료 이력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사육사와 수의사가 안락사를 진행하고 도축 절차를 밟는다. 닭, 토끼, 기니피그의 경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 번에 최대 4마리까지 접수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크게 반발했다. 한 이용자는 "덴마크에서 동물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는 끔찍한 경향"이라고 비판했고, 또다른 이용자는 "반려동물을 사료로 쓰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동물원의 이같은 방침에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일부 이용자는 구체적인 기증 방법을 묻는 댓글을 달았고, 한 사람은 "토끼를 기증했는데 아주 친절하고 전문적인 절차였다"고 평가했다.
덴마크 거주자 시네 플뤼브홀름은 "40년간 알보르동물원을 방문했다"며 "사랑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플뤼브홀름 씨는 말굽 연골이 뼈로 변하는 질환으로 말의 안락사를 결정했지만, 체중이 900kg이 넘어 동물원에서 수용할 수 없어, 생물연료 및 비료 원료로 활용하는 기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동물원들의 이같은 '직설적 죽음 관리'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4년 코펜하겐동물원은 유전적 다양성 문제를 이유로 건강한 기린 '마리우스'를 안락사시켰고, 대중 앞에서 해부한 뒤 사자에게 사체를 먹였다. 이어 이 사자 무리 중 수컷과 새끼 사자의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새끼 2마리와 부모까지 모두 안락사시켰다.
동물권 단체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유럽과 미국간의 사육 철학 차이를 보여준 사례로도 해석됐다. 미국 동물원은 인위적 피임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반면, 유럽은 자연번식 후 '과잉개체'를 도태시키는 방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