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해외 탄소크레딧 구매로 탄소감축?..."탄소투자 위축" 비판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8 11:59:43
  • -
  • +
  • 인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 뒤늦게 탄로나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EU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의 탄소감축 실적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EU 기후총국 전문가들의 자문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2040년 목표 영향평가에도 탄소배출권 사용에 대한 분석은 포함되지 않았다.

EU 역외에서 감축한 실적을 확보해 목표 배출량을 달성하자는 논의는 올초부터 진행됐다. 그리고 최종안에 목표의 최대 3%포인트를 해외 감축분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약 1억4400만톤 규모로, 네덜란드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영리단체 탄소시장감시(Carbon Market Watch)는 상한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해외에서 최대 7억톤의 배출권을 구매하게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국제 탄소시장의 평균 가격은 톤당 5달러(약 7000원) 미만으로 거래되지만 EU에서는 약 82달러(1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U 입장에서는 개발도상국 등 역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배출량을 충당하면 탄소감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감축실적은 단가가 매우 높아서 EU 내부의 투자기회를 오히려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탄소배출권을 누가 구매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 기업이 부담할 것인지, 납세자가 떠안게 될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면 역내 감축을 위한 투자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품질 배출권을 활용하면 감축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운동가와 과학자문위원단은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은 EU내 감축 노력을 약화시키고, 탄소거래제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배출권 구매 비용이 EU 내부의 산업 탈탄소화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집행위는 내년에 탄소배출권 사용에 관한 세부 입법안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환경적 영향을 포함한 '철저한 영향평가'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아기상어' 코스닥行...더핑크퐁, 연내 상장 목표로 공모절차 착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토종 콘텐츠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가 연내 코스닥에 입성한다.더핑크퐁컴퍼니는 22일 금융위원회에 코

대한항공, SAF 사용확대...고베·오사카 노선도 국산SAF 1% 혼입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생산한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사용하는 상용운항 노선을 확대한다고 22일 밝혔다.SAF는 폐기름, 동·

폐기된 서버 '로그기록' 있었다...KT, 소액결제 사태 새로운 단서?

KT가 폐기한 서버에서 로그기록이 별도로 백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해커집단의 국내 통신사 해킹 수법의 새로운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22일 KT가

하이트진로, 제주 이호테우해변서 ‘해변 가꾸기’ 환경정화

하이트진로가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맞아 지난 19일 제주 이호테우해변에서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고 22일 밝혔다.하이트진로는 2020년 제주 표선해

2027년부터 국내급유 국제선 지속가능항공유 '1% 의무화'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 혼합이 의무화된다.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항공업계 탄소중

대기업 취업시장 '활짝'…하반기 2만5000명 채용한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사면서 침체됐던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19일 재계에 따

기후/환경

+

"美 산불 연기로 2050년까지 190만명 사망할 것"

북미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산불 연기로 인한 사망자가 2050년까지 19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

美서 '살 파먹는' 박테리아 번성...기후위기 때문이라고?

올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해안에서 일명 '살 파먹는' 박테리아로 인해 5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박테리아가 번성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1

붉게 변하는 알래스카 연어 하천…녹고있는 영구동토층이 원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 산맥의 하천이 주황빛으로 변하며 새로운 수질 위기가 드러났다.미국 워싱턴대와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9

트럼프는 반친환경 정책 펴지만...美 '기후주간'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클라이밋 위크(Climate Week) 2025'가 미국 뉴욕에서 21일(현지시간) 8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친환경적 정

저수율 52%로 가뭄 벗어났지만...강릉, 투명페트 쓰레기에 '몸살'

강릉은 열흘전만 해도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최근 잇달아 내린 비 덕분에 저수율이 52%까지 높아지면서 가뭄에서 벗어났

가뭄 벗어난 강릉...단비에 도암댐 방류덕에 저수율 50.8%

강릉이 드디어 가뭄에서 벗어났다. 몇 일 간격으로 내린 단비에 평창 도암댐 방류까지 시작하면서 저수율이 50%를 넘어섰다.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