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 뒤늦게 탄로나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EU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의 탄소감축 실적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EU 기후총국 전문가들의 자문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2040년 목표 영향평가에도 탄소배출권 사용에 대한 분석은 포함되지 않았다.
EU 역외에서 감축한 실적을 확보해 목표 배출량을 달성하자는 논의는 올초부터 진행됐다. 그리고 최종안에 목표의 최대 3%포인트를 해외 감축분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약 1억4400만톤 규모로, 네덜란드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영리단체 탄소시장감시(Carbon Market Watch)는 상한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해외에서 최대 7억톤의 배출권을 구매하게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국제 탄소시장의 평균 가격은 톤당 5달러(약 7000원) 미만으로 거래되지만 EU에서는 약 82달러(1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U 입장에서는 개발도상국 등 역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배출량을 충당하면 탄소감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감축실적은 단가가 매우 높아서 EU 내부의 투자기회를 오히려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탄소배출권을 누가 구매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 기업이 부담할 것인지, 납세자가 떠안게 될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면 역내 감축을 위한 투자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품질 배출권을 활용하면 감축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운동가와 과학자문위원단은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은 EU내 감축 노력을 약화시키고, 탄소거래제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배출권 구매 비용이 EU 내부의 산업 탈탄소화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집행위는 내년에 탄소배출권 사용에 관한 세부 입법안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환경적 영향을 포함한 '철저한 영향평가'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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