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겨울철 꿀벌 집단 폐사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꿀벌응애'를 실시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은 모창연 강원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비전은 AI를 활용해 꿀벌응애를 비롯해 각종 병해충과 꿀벌의 생육 이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장치다.
꿀벌응애는 벌집 안에서 꿀벌에 기생하며 발육을 저해하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등 질병을 전파하는 해충이다. 응애에 기생당한 꿀벌은 성충이 되고도 날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거나 면역 체계가 약해져 약간의 온도 변화나 질병만으로도 폐사한다. 이로 인해 겨울철 일교차가 클 때 꿀벌이 낮에 나갔다가 밤에 온도 저하로 돌아오지 못하는 '꿀벌 실종' 또는 집단폐사로 이어졌다.
응애는 크기가 작고 알집 속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방제가 쉽지 않아 전세계 양봉업계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꿀벌응애 번식이 활발한 여름철에 집중 방제 기간을 설정하고 전국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직접 관찰이 어려워 지속적으로 피해가 나오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전은 벌집판 영상을 AI가 자동 분석해 응애 감염 여부를 30초 이내에 판별한다. 숙련된 양봉인도 벌통 하나를 살피는 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다.

비전은 응애 유무 뿐만 아니라 백묵병, 날개 기형 개체, 비정상 유충 등 16가지 항목을 동시에 점검하고 감염 정도에 따라 방제 권고, 주의, 집중 방제 등 단계별 관리 기준을 제시한다. 분석 정확도는 97.8%에 달했다.
농진청은 비전을 150개 벌통 규모 양봉장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60만원의 수익 증가 효과에 더불어 농약 오남용 문제 완화도 기대하고 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이 장치는 꿀벌응애 진단의 혁신"이라며 "양봉 농가의 걱정을 줄이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올해 산업체에 해당 장치 기술을 이전하고 제품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현장 실증을 거쳐 오는 2028년부터 전국 양봉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방혜선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로, 정밀 사양관리와 병해충 예찰 자동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기반의 선제적 예찰 체계를 고도화해 꿀벌을 지키고 양봉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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