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PEC 준비중인 경주 가보니...'문화APEC' 차별화 위해 비지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1 09: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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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현장은 촉박한 기한 내 회의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긴박감, 동시에 이를 해내겠다는 경주시의 의지가 불타오르는 공간이었다.

최근 기자가 직접 방문한 APEC 주요 회의장에는 건물을 짓기 위해 철근에 콘크리트 벽이 세워져 있는 '공사판'이었다.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쉬지 않고 현장에 드나들고 있었고, 작업자들은 폭염에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의 기온은 낮최고기온이 36℃에 달해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는 10월 31일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두달. 그때까지 모든 공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공사 속도는 광속으로 진행중이다. 172억원이 투입된  국제미디어센터는 6000㎡ 규모의 가건물로 짓고 있다. 두 달전만 해도 기둥 2개만 달랑 있었지만 현재 콘크리트벽까지 세워져 공정률 75%에 다다랐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여타 미디어센터와 다르게 전시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라고 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엘리베이터 교체, 방수공사, 집기 설치, 통로 정비 등 전면 리모델링 중이었다. 지하 1층은 경호실, 2층은 양자회의장, 3층은 정상회의장 및 VIP 라운지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현재 공정률 63%, 공사비는 153억원에 이른다.

▲리모델링 공사중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newstree

'APEC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만찬장은 경주박물관에 2000㎡ 규모의 목조 가건물로 세워진다. 400~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연할 수 있는 무대까지 마련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63%에 이른다. 불과 한 달전까지 철골 기둥뿐이었다. 경주시가 굳이 박물관 중앙마당에 가건물로 만찬장을 세우는 것은 한국적인 특색과 차별성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만찬장은 이후 APEC 전시장으로 2년간 활용할 예정이다. 각 국 정상들이 앉았던 의자, 회담장에 전시한 미술품 등 행사기간 사용된 물건들을 전시하게 된다. 전시기간이 끝나면 만찬장은 문화재청 소관으로 넘어간다. 엑스포공원 광장에 짓고 있는 경제전시장의 공정률도 75%다.

박장호 APEC준비지원단 의전홍보과장은 취재진에 "정상급 의전에는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정상들은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해 있는 호텔 12곳으로 분산 수용 예정이다. 경주 시내 숙박시설은 총 1만6838실. 하루 최대 숙박 인원은 7700명에 달하기 때문에 행사 참석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박 과장은 덧붙였다. PRS(정상급 숙소) 35곳 공정률도 85% 진행 중이며, 9월 중에 모두 개보수가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경주의 숙박시설을 감안하면 기업인이나 국내 기자단까지 경주 시내에서 모두 숙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표단은 모텔이나 인근 대구·울산·부산까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각 국 정상들이 타고 오는 전용기 문제에 대해 박 과장은 "전용기는 김해공항으로 수용하고, 셔틀버스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주박물관 만찬장 공사 현장 ©newstree


경주시는 '천년 고도의 도시' 경주에서 세계정상회의가 열리는만큼 이번 APEC이 단순한 회담이 아닌 '문화APEC'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화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주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통상 APEC에서는 정상들이 회의만 참석하고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경주에서는 문화도 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에서는 한복패션쇼를 비롯해 보문 멀티미디어아트쇼, K-팝 공연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26~28일 APEC 문화장관고위급대회가 열리는 경주 힐튼호텔에서는 정상회담 기간 경제전시장을 비롯한 회담장 콘셉트가 어떻게 이뤄질지 엿볼 수 있었다.

박 과장은 "수도권보다 호텔 및 관광시설, 인프라 등이 열악한 점을 인정하며, 서비스 품질 보강을 위해 수도권 인력도 투입 중"이라고 밝혔다. 채식·할랄 식당 운영, 기자단 조식 제공, 의료진 확보 등의 준비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의료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또 숙박비 바가지 우려에 대해서는 "페루 등 해외 도시 경험에 비춰보면 경주의 요금인상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고 박 과장은 해명했다. 준비 시기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중앙 정계의 정치적 영향을 주로 받았다며 경주시 및 경북도 역량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HICO리모델링도 사전에 예약된 행사들을 마친 후에 가능했기에 공사 시기가 늦어졌으며, 그럼에도 9월까지 완공한다는 게 준비지원단의 설명이다.

▲APEC경제전시장 공사 현장 ©newstree


경주시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안전과 속도를 동시에 잡는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박 과장은 "1년 반 걸리는 공사기간을 7~8개월로 단축했다"며 "법적 안전기준을 지키면서 최대한 앞당겼다"고 강조했다.

현장은 여전히 공사판이었지만, 경주시의 의지는 분명하다. 막판 총력 준비가 '세계 정상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든 시선이 마지막 순간에 집중되고 있다. 10월 31일~11월 1일 양일간 열리는 APEC은 '국가 브랜드 쇼케이스'다.
[경주=김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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