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가 건축물에서 비롯되지만 이를 관리 지원할 제도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어서 건축물에 대한 녹색전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민간 녹색건축물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민간 부문 제로에너지건축(ZEB)을 확대하려면 열원의 탈탄소화와 ZEB 건축기준 의무화, 기존건물의 녹색전환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시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건물과 교통이 차지한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8.7%는 건물 부문에서 나왔다.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 건물 부문 배출 비중은 8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기조발제를 맡은 추소연 RE도시건축사무소 소장은 민간 녹색건축물 활성화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건물 탄소배출량의 감축 없이는 지자체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 소장은 지자체들이 민간 녹색건축물 확대에 있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행기반이 부족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및 권한의 한계로 정부 정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한계를 짚었다. 공사비 상승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제로에너지건축물 보급 사업도 부진한 실정이다.
추 소장은 "민간 녹색건축물 확대를 위해서는 건물 에너지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수명, 안정성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관리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관된 정책 등 규제 신호가 명확해야 하고, 시장 진입 기준과 선호도의 변화 등 시장의 압력이 작용해야 하며, 초기비용 최소화 등 경제성 확보, 자본조달 접근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축물 성능 정보의 객관성과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더라도, 그린리모델링 인증제나 자발적 라벨링 도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존 건축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모든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고, 노후될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보수, 탈탄소화 성능 개선 등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인센티브도 지속돼야 한다고 추 소장은 짚었다. 기존 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전환하려면 건축물 관리점검제도와 유지관리 보험을 연계한 탄소중립 전환 모델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주기적으로 건축물을 정기점검하고 기준에 미달되는 건축물은 성능을 개선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건축 리모델링에 행정지원, 사업진행, 금융서비스 연계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이미 여러 제도 개편을 통해 ZEB가 민간업자 입장에서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시장 기반을 만들고 있다.
추 소장은 히트펌프 전용요금제 도입, 잉여전력 판매 및 시간대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기후 환경요금, 대규모 ZEB의 PPA·RE100 연결 등 에너지 요금제 개편을 통해 ZEB의 사업성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지속적 관리모델과 기후적응 성능 개선 등 수요에 맞춰 종합 유지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녹색채권 등 성능 관리에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추 소장은 말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민간 녹색건축물 활성화에 금융지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건물 배출량 감축의 핵심은 냉난방 등에 들어가는 전력, 즉 열원의 개선이다. 장기적으로 히트펌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신규 건물에 화석연료 난방 연결을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 독일에서는 그린리모델링 지원을 위해 저금리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자체를 기반으로 부동산 소유주에게 설비 개선 자금을 중장기 지원하고, 성능 개선을 원하는 부동산에 대한 자산평가를 바탕으로 지원금 및 대출 상환 기간을 설정한다. 뉴욕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녹색일자리를 2배 이상 성장시키고, 녹색경제를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시의 셩우 대체적으로 세제, 대출,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민간업계와 시민들이 체감할만한 장기적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다.
이에 배 부소장은 요금 연동형 금융지원 제도(OBF)를 제안했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 비용을 에너지요금 또는 관리비에 연동해 분할 납부하는 제도로, 요금청구 시스템과 연동해 월별 상환금을 자동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때 청구 금액은 예상 절감액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공공기금 활용시 이자 0% 적용으로 저소득층 부담을 최소화해야한다. 이를 도입할 경우 초기비용 부담없이 녹색건축에 참여가 가능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산될 것으로 배 부소장은 기대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특별시의회가 주최하고 녹색전환연구소와 서준오 주택공간의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주최했다. 서준오 주택공간위원회 부위원장은 개회사에서 "2050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민간건축이지만 이에 비해 건축 부문 탄소감축은 진전도가 낮은 현실"이라며 "녹색건축물 인증제와 제로에너지 건축기준 등 제도적 기반 강화, 세제혜택 강화 등 금융·경제적 지원, 건물의 주인인 시민의 참여 확대가 이뤄져야 민간 부문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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