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트해 해저에 버려진 제2차 세계대전 폭발물 잔해에서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5일(현지시간) 독일 킬대학교와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진은 독일 뤼벡만에 가라앉은 나치 독일의 V-1 비행폭탄 잔해를 조사한 결과, 게와 갯지렁이, 말미잘, 불가사리, 물고기 등이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금속과 폭발물 성분이 남아있어 독성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이 잔해에서 주변 해저보다 훨씬 많은 해양생물이 살고 있었다.
발트해의 특수한 지형이 이같은 서식지를 만들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 지역은 바닥이 대부분 모래와 진흙으로 이뤄져 단단한 표면이 드문데, 폭탄 잔해가 희소한 구조물로 작용해 생물이 부착·번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인공 암초 효과가 가져온 셈이다. 실제로 발트해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버려진 폭발물이 약 13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에 관찰된 현상이 특정 사례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발견이 곧 긍정적인 소식만은 아니다. 잔해 속 폭발물은 여전히 폭발 위험을 안고 있으며, 금속·화학 성분이 장기간 누출될 경우 생태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진은 "자연은 인간의 흔적을 활용해 적응했지만, 전쟁의 유산이 가진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해저 폭발물의 처리와 생태계 보호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으며, 완전한 제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독일과 덴마크 등은 해저 잔해 제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폭발물 규모가 워낙 커 완전한 정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9월 2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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