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멜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30 15:52:11
  • -
  • +
  • 인쇄
▲초강력 허리케인 멜리사에 쑥대밭이 된 자메이카(사진=AFP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멜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최대 3℃가량 높은 대서양 수온이 허리케인 세력을 급격하게 키웠다고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멜리사는 열대저기압에서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하는데 단 4일 걸렸다. 일반적으로 열대저기압에서 허리케인으로 발달하기까지 대략 2주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단기간이 걸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번 폭풍은 통상적인 열대저기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강해진 '급격한 강화' 사례"라고 발표했다.

단기간에 5등급으로 발달한 허리케인은 자메이카와 아이티, 쿠바 등을 차례로 강타하면서 전례없는 피해를 입혔다. 최대 시속 298㎞(185마일)에 달하는 강풍은 모든 시설을 부숴버렸다. 전신주와 나무는 뿌리 채 뽑혔고, 지붕은 모두 뜯겨나갔다. 강풍이 몰고온 폭우와 파도는 해안지역을 삼켜버렸다. 해안마을 곳곳은 모두 잠기고 지붕만 간신히 물밖으로 삐져나와 있고, 산사태로 주택과 도로가 붕괴됐다.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최소 수십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메이카에서는 2만5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쿠바에서는 73만5000명이 대피했다. 특히 자메이카에서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인 블랙리버에서는 병원, 의회, 교회 등이 무너지면서 기반 시설이 사실상 붕괴했다. 자메이카 당국은 역대급 허리케인에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메이카 바로 옆 아이티에서도 25명 이상 숨지고 18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멜리사'는 지금까지 카리브해를 강타했던 허리케인들보다 훨씬 높은 강도였기 때문에 피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멜리사가 올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발달한 원인은 '뜨거운 바다'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바다의 폭염이라 일컫는 '해양 열파'로 인해 뜨거워질 바닷물이 열대저기압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단시간에 세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영국 레딩대 기상학자 악샤이 데오라스 박사는 "올해 대서양의 해수온 상승이 기록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폭풍을 키우는 연료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이애미대 해양대기과학과 로버트 로즈 교수는 "(허리케인이 발달하는 동안) 카리브해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약 2~3℃ 높은 상태로 유지됐고 폭풍이 이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했다"며 "이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명확히 연결돼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양온난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지구에 흡수된 과잉열의 약 90% 이상이 해양에 저장되고 있으며, 극지방을 제외한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20.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2023~2024년 사이에는 대서양과 태평양 등에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해양 열파가 관측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1982~2020년 동해 해양열파 발생횟수와 발생일수가 각각 1.97회/년, 12.1일/년으로 증가하는 등 온난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서양에서 비슷한 급의 폭풍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해양온난화가 허리케인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다만 기후과학자들은 "이번 허리케인에 대한 원인은 아직 연구중"이라며 "기후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멜리사는 카리브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현재 1등급으로 세력이 약화된 채 북상중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기후/환경

+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제주에 100MW 해상풍력단지 준공…주민이 4.7% 투자

100메가와트(㎿) 규모의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제주 한림에 준공했다.한국전력공사와 한국중부발전, 한전기술 등은 제주 한림읍 수원리 해상

항공기 이·착륙시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2배로 '급증'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시테대학 연구팀은 파리의 샤

중국 '탄소가격' 오르기 시작했다… 철강·시멘트까지 ETS 확대

세계 최대 탄소시장인 중국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철강·시멘트 등 고배출 산업을 포함한 배출권거래제가 본격 시험대에 올

또 미뤄진 '플라스틱 국제협약'… 이번 환경총회서도 합의 실패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전세계 합의가 제7차 유엔환경총회에서도 불발됐다. 이번에도 국가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