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①] 기후변화로 '사과·배추' 재배지 북상...사실일까?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6 16: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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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밥상물가를 흔든다?] <1편>
사과와 배 재배지역 20년 데이터 분석해보니...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기후위기가 밥상물가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분석과 현장취재를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기금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사과·배추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후변화에 의한 재배지 북상인지, 농가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재배지가 이동했는지의 여부를 검증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뉴스트리는 2003~2025년 사과·배추 재배면적 통계, 2003~2023년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SOS) 데이터(대관령·춘천·충주·청주·안동·문경 6개 지점), 그리고 2010~2024년 전국·시도별 농가 수 및 연령 구조 자료를 토대로 이른바 '작물 재배지 북상'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배추는 실제로 북쪽·고랭지 쪽으로 재배지가 바뀌는 흐름이 뚜렷했다. 하지만 사과는 20년동안 재배지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재배지의 변화는 고령화 등 농가의 구조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 '사과' 재배지 기온 상승했는데 북상 못한 까닭

기후변화로 사과의 주요 재배지가 경상도에서 충청도를 거쳐 강원도로 북상하고 있다는 인식은 현장에서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사과 주산지 구조 전체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분석은 품종별 재배지 이동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사과 전체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주산지 구조가 실제로 이동했는지를 살펴봤다.

사과 전체를 하나의 작물로 묶어 시도별 노지 재배면적을 분석한 결과, 사과 재배지 중심 위도의 변화는 지난 20여 년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2003~2025년 시도별 사과 노지 재배면적을 위도로 가중 평균해 계산한 결과, 사과 재배지 중심 위도는 2003년 36.431도에서 2025년 36.444도로 단 0.012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거리로 환산하면 약 1.4km 수준이다. 22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에 머문 셈이다.

사과의 주산지 구조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57.4%가 경상북도에 집중돼 있다. 충북, 경남, 전북, 강원 등이 뒤를 잇지만, 강원도의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에서 재배면적이 늘었다고 해도, 주산지가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사과 주산지의 기후는 크게 달라졌다. 안동·문경·충주·청주·대관령·춘천 등 6개 지점의 ASO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과 생육기(4~10월) 평균기온은 2003년 약 17.6℃에서 2023년 약 19.7℃로 20년 사이 2.1℃ 상승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과 생육 한계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사과 재배지 이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농가 구조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 농가 수는 2010년 117만7318가구에서 2024년 97만3707가구로 약 17% 감소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의 농가 수는 같은 기간 20만1651가구에서 16만2801가구로 19% 줄었고, 강원도 역시 약 10% 감소했다.

농촌 고령화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더욱 강화한다. 사과 재배 경영주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2010년 46.4%에서 2024년 69.7%로 급증했다. 경북은 49.0%에서 70.6%, 강원도는 42.6%에서 68.1%로 각각 상승했다. 이는 잠재적으로 사과 재배가 가능해진 북쪽 지역조차 새로운 주산지가 형성될 만큼의 농업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온이 올랐다고 해서 재배지가 자연스럽게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인력 부족·농가 기반 축소가 이동을 제약하며 기존 주산지가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사과 배추 위도 변화 (2003년~2024년) ©newstree


◇ '배추' 재배지 북상하고 재배면적은 줄었다

배추는 재배지가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배추계) 노지 재배지 중심 위도는 2003년 36.20도였지만 2024년 36.35도로 북상했다. 중심 위도가 약 0.146도 바뀐 것인데, 거리로 따지면 약 16km가량 북쪽으로 이동했다. 이동 폭은 크다고 하긴 어렵지만, 사과의 1.4km와 비교하면 확실한 변화가 감지됐다.

배추 재배면적은 크게 줄었다. 2003년 4만3000헥타르(ha)에 달했던 배추 재배면적은 2024년 2만6000ha로 약 39% 감소했다.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배추의 재배지역도 지난 20년간 바뀌고 있었다. 평지·내륙에 분포돼 있는 배추 재배지역이 고랭지·중부 산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남·전북·제주·경기 등이 차지했던 비중이 줄고, 강원·경북·충북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재배면적이 줄고 재배지역도 바뀐 이유는 기온의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6개 지점 ASOS 기후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배추 생육기인 3~11월 주 산지의 평균기온은 2003년 약 15℃에서 2023년 약 16.9℃로 약 2℃ 상승했다. 평야지대는 여름뿐 아니라 가을까지 이어지는 폭염이 문제였다. 노지 배추들은 이상고온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고랭지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배추가 오히려 잘 자라는 생육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배추의 재배지 변동 역시 기후변화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2010~2024년 전남 농가는 약 18% 감소(17만213가구 → 13만9132가구)했고, 전북은 약 20% 감소(10만9433가구→8만7718가구) 줄었다. 같은기간 경기지역도 약 21% 감소(13만5332가구→10만6373가구)했다. 강원도의 농가 감소폭은 약 10%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적었다. 농업 기반이 약해진 지역이 고랭지보다 평지에 더 많았던 것이 배추 재배지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배추를 재배하는 모든 지역에서 65세 이상이 60%를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됐다. 전남 배추 재배지에서 65세가 넘는 경영주 비율은 2010년 54.5%에서 2024년 73.6%로 늘었고, 전북은 48.2%에서 72.1%, 경기는 37.8%에서 65.8%, 강원은 42.6%에서 68.1%로 높아졌다. 즉, 기후변화로 고랭지 배추 재배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아졌다고 해도, 이 지역들 역시 새로운 인력이 유입돼 생산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결국 배추 재배지의 '북상'은 기후변화와 지역별 농가 기반 축소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평야지대 여름 재배의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 기반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고,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고랭지·내륙 지역의 비중이 커지며 재배 중심이 조금씩 북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과와 배추 모두 주요 재배지의 기온은 지난 20년동안 2℃가량 상승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무렵 주요 산지의 기온은 추가로 2~3℃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배지 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분석은 '기후변화로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통념이 모든 작물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20년간 배추 시도별 재배면적 변화 추이 (좌)2003년 (우)2024년 ©newstree


사과는 기후 여건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인력 부족·기존 주산지 중심의 농업 구조로 인해 재배지 이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배추는 전체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드는 과정에서, 평야지대 비중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고랭지·내륙 지역의 비중이 커지며 재배지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했다. 이는 배추 재배지의 '북상'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생산 기반 축소 속에서 나타난 구조적 재편 과정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지금까지 관측된 재배지 '북상'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기보다, 기후 변화와 농업 구조 변화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 재배지 이동은 기온 변화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이동할 수 있는 인력과 기반이 존재할 때에만 현실이 된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남재철 교수는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 여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재배지가 실제로 이동하느냐는 문제는 농업 구조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농업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각해, 기후 여건이 바뀌더라도 이를 따라 재배지를 옮기거나 새로운 주산지를 형성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며 "농업 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 없이 기후변화 대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농업 인력, 생산 기반, 유통 구조를 포함한 전반적인 농업 시스템 개편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기후변화의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팩트체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 정책이 작물의 생육 조건뿐 아니라, 농업 인구와 지역 기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만을 전제로 한 '재배지 북상' 담론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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