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신경영'…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의 DNA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5 13: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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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초일류' 선언하며 취임, 글로벌 삼성 만들어
1993년 위기 강조하며 '신경영선언', 안주하지 않는 문화 정착
매출 40배, 시가총액 300배. 고(故) 이건희 회장은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삼성그룹의 성장을 보여주는 수치다. 고 이 회장은 국내 최고의 경영자로서 이런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 산업과 경제에 기여했다.

고인이 회장으로 취임하던 1987년 삼성그룹 매출은 9조9000억원. 시가총액은 1조원, 임직원 수는 10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삼성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8년 기준 그룹 총매출 39배, 시가총액 396배 이상 늘면서 글로벌 최고 기업이 됐다.
1987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취임식 장면.(사진=삼성)

◆ 1987년 '초일류' 선언하며 취임, '글로벌 일류 삼성' 만들다

고 이 회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삼성은 국내 일류 기업이었다. 하지만 고 이 회장은 더 큰 목표를 내세웠다. 1987년 12월 1일 열린 회장 취임식에서 고 이 회장은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과 부문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기업이 됐다. 삼성중공업 역시 세계 선두권의 조선업체로 성장했고, 그밖에 다른 사업들도 해당 산업의 일류로 자리잡았다. 인터브랜드가 추산한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623억달러(한화 약 70조3055억원)로 처음으로 '글로벌 톱5'에 들었다. 

삼성 성장의 선봉장 역할을 한 곳은 삼성전자다.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994년 국내기업 사상 최초로 조단위 이익을 창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반도체였다. 반도체의 성공은 고 이 회장의 '제2창업의 성과'라고 불릴 정도로 고 이 회장의 최고 성과가 됐다.

고 이 회장 본인도 반도체 사업에 애착을 드러냈다. 회장 취임 이전부터 경영진의 반대에도 부도난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투자를 강화했다. 1983년부터 2~3년간 반도체 1, 2라인에 그룹 역량을 쏟아 부었다. 1987년에는 3라인 건설 착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때까지 적자는 계속됐다.

하지만 1988년 반도체 시황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의 대호황 시기에 들어갔다. 삼성은 이듬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1조원의 투자비를 회수했다.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했으며, 이후에도 세대별로 '세계 최초 개발'의 타이틀은 항상 삼성의 것이었다.
1993년 신경영 선언하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삼성)

◆ '신경영'으로 조직 체질 개선…항상 '위기 대비'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투자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고 이 회장은 위기의식을 가졌다. 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의 발언이다. 그는 "불량은 암이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현장에 나사가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 삼성전자이고, 3만명이 만들고 6000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낭비적인 집단인 무감각한 회사"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 선언'을 주창했다. 고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함께 1993년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8개 도시를 돌며 임직원 1800명과 함께 350시간의 토의를 갖는 이른바 '신경영 대장정'에 나섰다.

신경영의 핵심은 '품질 최고 주의'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양을 늘려서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닌 질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해 자연스럽게 양도 늘어나는 경영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삼성 제품의 품질을 높였다.

이후에도 고 이 회장은 주요 시점마다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이는 삼성을 '안주'와 '방심'을 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2007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2010년 3월 경영복귀) 등의 어록이 대표적이다.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tr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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