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용기' 내자 기업들 '플라스틱' 줄인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6-05 1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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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지구를 지키는 작은 발걸음들]
한국형 풀뿌리 환경 운동 '용기내 챌린지'
▲김정숙 여사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용기를 들고 장을 보는 모습.(사진=청와대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전보다 배달음식을 더 많이 시켜 먹는 B씨. 어느날 분리수거를 하면서 쌓여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을 보고 "플라스틱과 거리를 둘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용기내 캠페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데 용기를 내라고?"라는 의문이 들어 내용을 찾아봤더니 그릇을 뜻하는 '용기'였다.


배달 대신 집에 있는 용기를 들고가 포장을 해 오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도 용기를 들고가 물품을 담아온다는 의미였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내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B씨도 그날 이후 식사때가 되면 배달을 위해 모바일 앱을 여는 대신, 집에 있는 용기를 들고 식당으로 향하는 용기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그린피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마트가 있다면 구매처를 변경하더라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편함보다는 환경을 더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운동이 최근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용기내 챌린지'다. 용기내 캠페인은 2020년 4월 그린피스와 배우 류준열이 '대형마트 플라스틱 없애기' 제안과 함께 #용기내 해시태그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캠페인에 영향력을 부여한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다. 개인이 소소하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인만큼 일회용 포장재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용기내 챌린지'라며 지구도 지키면서 즐기고 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용기내는 용기'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끌어 내고 있다. 롯데마트 수도권 매장들은 지난해 7월 반찬 코너로 용기를 가지고 오면 20%를 더 주는 '1일 1그린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 역시 일부 매장에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리필할 수 있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이마트 자양점에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제품들을 리필해서 쓸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생겼다. 이마트는 리필 스테이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충북농협 등 금융권에서도 임직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인 텀블러나 용기 등을 사용하는 인증샷을 올리면 친환경 제품을 증정하거나 시상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명인사들도 용기내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힘을 더 실어주고 있다. 지난 2월 배우 류승룡과 박진희가 동참,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같은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힘을 보탰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용기를 들고 장을 봤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열린 P4G 서울 행사에서 '용기내 캠페인'을 소개, 한국의 '풀뿌리 환경 보호 운동'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최근 대만의 편의점 1위 세븐일레븐은 2050년까지 매장 내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세븐일레븐의 자체 결정이 아닌 소비자들이 기업을 바꾼 사례로 꼽힌다. 그린피스가 2019년부터 '세븐일레븐을 포함한 대만 내 모든 편의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캠페인을 진행했고, 21만명의 대만 사람들이 참가했다. 그러자 세븐일레븐이 이에 응답한 것이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이자 제로웨이스트 실천으로 유명한 허유정 작가는 그린피스코리아 홈페이지에 자신의 '용기내 챌린지' 도전기를 올리며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전문가들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법과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과 정부가 변하려면 우선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도 첫 시작은 텀블러를 챙기는 작은 일이었고 점점 다른 실천이 늘어나며 최근에는 그린피스 캠페인, 환경 정책 입법에도 조금씩 의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며 "관심이 생겨야 요구할 게 보이고, 함께 요구하다 보면 변화가 올 거라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부족합니다. 때로는 한 명의 100걸음보다 100명의 한 걸음이 더 큰 힘을 지닐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외식 계획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용기'를 꺼내보면 어떨까요? 일단 시작만 한다면 일상'이 되는 건 꽤나 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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