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면 반인권은 괜찮다?..."ESG투자, 인권 고려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9 15: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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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현재 환경문제 치우쳐 있는 ESG 투자평가 비판
"채권시장 구조개혁하고, 합의된 평가방식 도입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가치가 제고되면서 투자자들은 환경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ESG의 'S'(Social)에 해당하는 인권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투자자들이 유니레버, 스페인공항공사(AENA)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주주총회시 환경계획을 표결안건으로 채택하도록 하거나 기후변화 영향평가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반면 인권과 관련해서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ESG를 주도한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UBS는 벨라루스 국채의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민주주의 운동가 니콜라이 프라코프유는 블랙록에 "국채 매입으로 루카셴코의 정권 유지를 돕는 게 투자방침이냐"고 물었지만 블랙록은 답변을 거부했다. 

FT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권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원인을 채권시장 구조에서 찾았다.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등 경영진과 상대적으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경우 국가나 공공기관의 대표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저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의 경우 이견이 적은 편이고, 탄소배출량 등 계측 가능한 평가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역사·문화적 배경을 갖춘 투자자들이 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합의를 보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오랜기간 금융산업에 뿌리 박힌 '책임성 결여의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투자시장에 속한 모두가 책임 소재의 모호함 뒤에 숨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가들은 최종 투자자들의 요청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본인들의 의무라면서 단지 이를 이행할 뿐이라고 발뺌한다. 투자상담가들은 투자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공할 뿐 고객이 신념을 바꾸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하는 채권에 대해 일일이 관련 이슈를 알아보거나 검증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FT는 이같은 시각이 ESG 요소들을 도의적인 차원에서 언젠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닌 단순히 이전에는 과소평가되던 위험을 찾아내고 그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인식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ESG 위험에만 치중한다면 회피만 할 뿐 ESG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반역 혐의로 수감된 우즈베키스탄 외교관 카디르 유스포프는 수감 생활 도중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그가 수감된 감방은 뱀과 전갈로 가득했고, 여러 가지 고문을 받았다. 이 사건이 우즈베키스탄 국채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진정으로 ESG 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면 명백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자산운용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윌리스타워스왓슨 지속가능한 투자담당 대표이사 아담 질레트는 "어렵다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투자자들에게 있어 인권문제가 기후위기만큼 중대한 도전과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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